'빙속 괴물' 김민석, 男1,500m서 베이징올림픽 첫 메달 쾌거

입력
2022.02.0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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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 간판 김민석(23)이 말 많고 탈 많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겼다. 4년 전 평창에서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1,500m 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는 다시 한번 쟁쟁한 서양 선수들 사이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며 '빙속 괴물' 면모를 과시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국 취재진과 만난 김민석은 "4년 뒤에는 꼭 올림픽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김민석은 8일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24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김민석은 11조에서 세계 기록 보유자 키엘드 나위스(네덜란드)와 부담스러운 레이스를 치렀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첫 300m에서 23초75를 기록했으나 점차 속도를 내 마지막 바퀴에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나위스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나갔지만 김민석은 당황하지 않고 크게 뒤처지지 않으며 자신의 흐름을 지켰다. 나위스는 올림픽 신기록(1분43초21)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민석은 1초03 차이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은 네덜란드의 토마스 크롤(1분43초55)이 가져갔다.

김민석은 동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고 관중석에서 응원해 준 한국 교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베이징이어서 한국 분들이 응원해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응원 와 주셔서 경기 중에도 그 소리가 잘 들렸다. 정말 기운이 났다. 태극기도 보여서 감동적이었다. 힘이 났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했다.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쳤다"며 이날의 성과에 대해 만족해했다.

이제 김민석은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김민석은 못내 아쉬운 마음도 드러냈다. 사실 그는 내심 금메달을 바랐다. 김민석은 "4년 전 동메달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메달이었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저도 기량이 많이 향상된 것 같은데 다른 선수들 역시 기량이 올라왔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망한 것은 아니다.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의 새 역사를 썼다. 특히 이날 경기를 통해 김민석은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민석은 "네덜란드 선수들의 벽을 넘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이 아쉬움이 저에겐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시합이 있다. (오늘의 경험이) 몇 년 뒤든 제 선수 생활에 힘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개인전 올림픽 챔피언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선수단 가운데 가장 먼저 메달을 획득한 김민석은 다른 선수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민석은 "사실 앞에 쇼트트랙이 있어서 제가 첫 메달을 따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저라도 메달을 따서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돼줘야겠다 생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 메달이 다른 선수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길 바란다. 쇼트트랙이나 다른 종목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민석은 2014년 16세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다는 등 일찌감치 스피드스케이팅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 1분44초93을 기록하며 아시아 최초로 이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번 올림픽 직전에 개최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선 1,500m 금메달(1차 대회)과 동메달(2차 대회)을 획득하며 랭킹을 7위까지 끌어올렸다.

한편 김민석의 메달로 기분 좋게 출발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12일 김준호와 차민규가 500m 경기에 출전한다. 김민석은 13일 남자 팀추월과 18일 1,000m 경기에 에 나선다.



베이징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