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한 지난해 8월 15일 이후 아프간 관리와 군인, 국제연합군 현지인 조력자 등 100명 이상이 공격당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탈레반이 숙청과 보복을 자행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이 입수한 ‘신뢰성 높은 제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탈레반 집권 이후 전 정부와 연합군 관련 인사 10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중 3분의 2는 정당한 사법 절차 없이 탈레반이나 탈레반 추종 세력에게 처형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 입성한 이후 미군 주도 연합군에 협조한 전직 관리와 군인, 민간인 등을 사면하겠다고 밝혔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탈레반의 안전 보장 선언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 관리와 연합군 협력자들이 실종되고 이들의 신체 보전 권리와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권 운동가들과 언론인도 지속적으로 공격과 협박, 괴롭힘, 불법 체포, 학대, 살해 위협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 아니라 유엔도 수 차례 공격당했다. 구타, 체포, 구속 등 총 44건이 확인됐고, 그중 42건은 탈레반 소행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탈레반과 적대 관계인 이슬람국가(IS) 아프간지부 호라산(IS-K)과 연계된 혐의를 받는 현지인 최소 50명이 피살됐다는 정보도 이번 보고서에 포함됐다.
탈레반은 대외적으로 포용 정부 구성을 수 차례 공언했지만, 여성의 학업과 사회 활동을 제한하고 소수민족을 억압하는 등 공포 정치로 회귀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국제사회의 원조 중단과 아프간 해외 자산 동결로 인도주의 위기도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올해 3월까지 아프간 인구 2,280만 명이 식량난을 겪을 수 있으며 5세 미만 어린이 절반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고 진단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아프간 붕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 지원을 촉구하는 동시에 탈레반에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