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사퇴 요구에도… 존슨 “총리 계속하겠다”

입력
2022.01.27 16:39
"그레이 보고서 기다려야" 기존 입장 되풀이
여당 보수당 불신임 투표 카드 만지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음주 파티를 반복했다는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를 둘러싼 의혹을 다루는 이른바 ‘수 그레이 보고서’가 곧 공개될 예정인 데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총리 불신임안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총리의 앞길은 밝지 않아 보인다.

존슨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야당의 반복된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고의로 의회를 오도하는 각료는 사임해야 한다는 법률이 있다”며 “총리는 그 규칙이 자신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존슨 총리를 압박했다. 존슨 총리는 이에 대해 “물론 적용된다”면서도 그레이 보고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사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국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그레이 보고서는 당초 이날 총리에게 제출될 예정이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다만 최종 검토 작업에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면서 공개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은 의원들이 그레이 보고서를 받아보는 시점은 27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존슨 총리가 방역수칙을 반복해서 위반하면서 측근, 지인들과 음주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모습이다. 전날 런던경찰청은 코로나19 봉쇄 규정 위반과 관련해 2020년 이후 총리실과 정부청사에서 벌어진 일련의 파티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 총 15개의 카테고리로 존슨 총리의 위반 의심 사례를 공개했다. WP는 “이미 존슨 내각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음주 파티를 개최한 것에 사과했고, 존슨 총리도 의회에서 또 다른 가든 파티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여당인 보수당 일각에서는 총리 불신임 투표를 고심 중이다. 다만 계산이 복잡하다. 당규에 따르면 총리 불신임 투표는 1년에 한 번만 가능한데, 섣불리 불신임을 제안했다가 부결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어서다. BBC는 “보수당 의원들이 우선 그레이 보고서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당장 보수당이 총리 불신임 카드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