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국민의힘 의원 78명도 조회 대상으로 무더기로 포함됐다.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공수처의 불법행위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 앞서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공수처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기 위해 '불법 사찰' 이슈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황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김진욱 공수처장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윤 후보 부부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며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 후보의 통신자료를 3회, 김씨의 통신자료를 1회 조회했다. 윤 후보의 경우 공수처 3회 외에 서울중앙지검(4회), 인천지검·서울지방경찰청·관악경찰서(각 1회)를 포함해 10회, 김씨는 공수처 1회 외에 서울중앙지검(5회)·인천지검(1회) 등 7회 조회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의원 78명(국민의힘 의원 중 74%)도 조회 대상이 됐다.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해 윤 후보와 가까운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 등이다.
공수처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고발 사주' 의혹 등과 관련해 다수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입장이지만, 관련성이 크지 않은 선대위 관계자와 의원 보좌진, 가족 등이 다수 포함됐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명백한 야당 대선후보 주변 사찰"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후보도 이를 '불법 사찰'로 규정했다. 윤 후보는 이날 경북 안동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나 제 가족 것도 통신 사찰을 했으리라 짐작했지만 이런 공수처를 만들려고 그렇게 무리를 했느냐"고 문재인 정부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비판하던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대에나 있던 짓"이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과거 국가정보원이 민주당 당직자 2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두고도 '민간인 사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반발했다"며 민주당의 침묵을 꼬집었다. 논란이 가열되자 여야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석하는 긴급 현안질의를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