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부풀리기 인정하고 사과한 김건희, 진심이어야

입력
2021.12.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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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씨는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를 숙였다.

이달 14일부터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후 윤 후보가 사과를 했으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김씨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며 최근 논란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씨가 이날 경력 부풀리기를 일부 인정했다는 점에서 앞서 나온 사과 메시지보다는 구체적이다. 그는 지난 15일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 드린다”고 말해 의혹 자체는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쳐 여론을 악화시켰다. 윤 후보 선대위 측은 김씨 사과 후 배포한 자료에서 교생 실습을 ‘근무’라고 표기한 것이나 단체 수상을 명시하지 않은 점, 삼성플라자갤러리를 삼성미술관으로 표기한 것 등을 부정확한 기재이자 잘못이라며 일부 의혹을 인정했다. 다만 한국게임산업협회·에이치테크놀로지·대안루프의 재직증명서는 위조가 아니라고 선을 그어 향후 규명돼야 할 대목으로 남았다.

이날 김씨의 사과가 싸늘했던 여론을 돌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간 대선 후보 부인과 다른 불투명한 행보로 인해 누적돼 온 불신이 당장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 후보가 위기에 몰린 후에야 뒤늦게 사과한 것도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김씨의 사과가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이번 사과로 모든 의혹을 털어냈다는 식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 이미 사과했으니 더 이상 대답할 게 없다며 다시 모습을 감춰서도 안 된다. 추가적인 의혹이 나오면 해명하는 등 진솔한 모습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