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 불참 무게 둔 문 대통령

입력
2021.12.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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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한국 정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3일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를 권유받은 바가 없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는 앞서 6일 백악관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한 이후 같은 입장을 공개한 바 있으나 국가 정상이 이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다르다. 외교적 보이콧 불참에 무게를 두되 서두르지 않고 여러 상황을 감안해 최종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대중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한 데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중국의 건설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결국은 대중 관계를 고려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종전선언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종전선언에 대해 문 대통령은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 북한 모두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며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다만 “북한이 미국 적대정책의 근본적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아직 대화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정부는 마지막까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추진을 계속하겠단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일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는 등의 실용적 구상과 접근이 더 필요하다.

외교는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어 동맹국인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보이콧 동참을 선언했지만, 프랑스가 반대를 표명했고 일본은 체육계 인사를 파견하는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갈등하는 미중은 ‘어느 편이냐’고 묻고 있지만 세계는 그 사이에서 실리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어느 쪽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살펴 현명히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