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주택자가 부모, 자식 등 직계 존비속에게 재산을 넘기면서 증여세수가 크게 늘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져 다주택 유지에 따른 실익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집을 파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양도소득세율 급등, 다주택자 중과세 등을 떠올리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기도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양도세는 주택 보유 기간, 보유주택 수, 조정대상지역 여부 등에 따라 계산이 천차만별입니다. 1주택자가 3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보유, 거주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는데, 다주택자는 이런 혜택이 없습니다.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더해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중과세가 부과됩니다. 만약 3주택자가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주택을 판다면 75% 세율에다 지방세(10%)까지 더해 사실상 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시내 공시가격 19억 원의 주택을 보유한 A씨를 가정해 봅시다. 그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에 20년 전 4억 원에 산 주택이 한 채 더 있는데, 최근 15억 원까지 오른 이 주택을 처분하려 합니다. A씨가 남긴 차익은 11억 원인데, 내야 하는 세금은 7억 원에 달합니다. 만약 A씨에게 주택이 한 채 더 있다면 세금은 8억 원대로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많은 다주택자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피하려 ‘절세형 증여’까지 고려하게 되는 거죠. 지난해 법이 바뀌면서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 취득세도 크게 뛰었는데,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증여를 선택한다는 것은 ‘보유’, ‘양도’, ‘증여’ 중 증여가 세 부담이 가장 덜 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입니다.
위의 A씨의 경우 15억 원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세금은 4억 원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증여세는 5년간 6차례에 걸쳐 나눠낼 수 있어 세 부담을 분산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A씨가 미리 집을 팔거나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보유세 부담은 1,000만 원 수준인데, 2주택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세금은 몇 배로 뜁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할 때는 어떤 순서를 따르는 게 가장 세 부담이 덜할까요. 답은 ‘양도세 부담이 적은 주택부터’입니다. 우선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정리하고, 그다음은 비조정지역 주택, 양도세 중과세가 배제되는 주택이나 입주권 순으로 처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가족 간 증여나 매매는 집을 분산 보유해 1인당 주택 수는 줄이는 대신, 가족 구성원이 보유한 전체 주택 수는 유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증여를 할 때는 누가 증여를 받는지, 증여 당시 시가와 공시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주택 전체를 순수 증여할지 아니면 융자나 전세보증금이 있는 채 부담부 증여를 할 것인지, 일부 지분만 증여할 것인지 등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편이 좋습니다.
도움말 주신 분 :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서울지방세무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