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심폐소생술로 아이 살린 택시기사, 택시비도 마다한 선행

입력
2021.11.30 21:00
서울 송파 사거리에서 심정지 온 아이 살린 택시기사
20년 이상 호텔 안전관리실에서 근무한 베테랑

한 택시 기사가 길에서 갑자기 쓰러진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해 생명을 살린 사연이 화제다. 이 택시 기사는 아이를 살린 뒤 인근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줬고, 아이 엄마의 요청에도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는 29일 해당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앞 송파 사거리에서 한 아이가 길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다.

때마침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기사 A씨가 이 장면을 봤다. 급히 택시에서 내린 A씨는 아이를 길에다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면서도 아이 엄마에게 119를 부르라며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다행히 심폐소생술 도중 아이의 의식은 돌아왔다. 그러나 119는 그때까지도 도착하지 않았다.

A씨는 더는 119를 기다릴 수 없다고 보고 아이와 엄마를 태워 근처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줬다. 아이 엄마는 택시비를 주겠다고 했지만, A씨는 받지 않겠다며 응급실을 떠났다.




영상 제보자 "너무 좋은 일 한 A씨 칭찬해 달라"

영상을 제보한 B씨는 "내가 아는 A씨가 너무 좋은 일을 하셔서 제보한다. 이분을 칭찬해 달라"며 한문철TV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B씨는 "A씨는 처음에 엄마랑 아이가 장난하는 줄 알고 그냥 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아이 다리와 머리가 축 처져 있어 심상치 않아 보였다고 했다"며 "차에 내려서 보니 아이는 의식이 없었고 아이 엄마는 울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아이가 이미 앞으로 한 번 고꾸라져 입 안에 피가 고여 있었다"며 "A씨는 심폐소생술을 한 뒤 날씨가 너무 추우니 택시 안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119가 너무 안 와 아이 엄마에게 119 신고를 취소하라고 하고 병원 응급실로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A씨는 호텔 안전관리실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호텔을 그만둔 뒤 개인택시 일을 시작했고, 호텔에서 근무할 때 익힌 심폐소생술로 아이를 구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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