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이란 점을 인정한다.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 나은 변화로써 책임지겠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대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달변과 논리로 정면 돌파하던 그가 "제가 부족했다"고 고개를 연신 숙이기 시작했다. 열흘 전까지 "내가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다는 건지 직접 말해보라"(12일 관훈클럽 토론회)며 '당당'으로 일관했지만, 요 며칠은 그런 말을 들을 수 없다.
선거대책위가 수술대에 오른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청년과 만나서도, '반성, 사과, 변화'를 말했다. 울먹이는 모습도 기꺼이 내보인다. 여전히 미지근한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감성 접근'을 택한 것이다. 배우자 김혜경씨를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오늘은 새로운 민주당의 첫 1일 차라고 생각한다.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
이 후보가 22일 선대위 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반성'을 11차례 입에 올렸다. 수천억 원이 오간 대장동 의혹에 민심이 분노하는 이유를 살피지 못한 점부터 사과했다. "''국민의힘 방해를 뚫고 이 정도 성과를 냈으면 잘한 것 아니냐, 사적 이익을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점만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켜 드렸어야 했다."
지역에서 만난 한 상인이 자신을 끌어안고 "가난한 사람 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울면서 말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런 분들의 눈물을 정말 가슴으로 받아 안고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민주당을 대표해 사과하기도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내로남불식의 남 탓을 했다"고 했고, 요소수 사태, 부동산 대출 규제 피해에 대한 당의 대응을 돌아봐야 한다고 질책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선대위 쇄신 권한을 이 후보에게 일임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충정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몸을 낮췄다.
이른바 '싸움닭'에서 굽힐 땐 굽히는 '유연한 리더'로 이미지를 바꾸려는 것이다. 김혜경씨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자주 노출함으로써 감성적이고 세심한 면모를 부각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이 후보의 변신은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동시에 '나부터 반성할 테니, 당도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심한 공감능력'은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통적인 약점으로, 중도 확장을 위해선 선제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