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부담과 대출 규제에 월세가 오른다

입력
2021.1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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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전세시장 주춤한 사이 월세 오름폭 커져
10월 서울·경기 아파트 올해 최고 상승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 부담 전가 움직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월세가격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이 '전세의 월세화'로 세입자에게 세부담을 떠넘기고, 전세자금 대출 규제로 늘어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실수요자가 월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9월보다 0.32% 올랐다. 올해 들어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6월 0.20%에서 7월 0.19%로 소폭 축소됐지만 8월 0.23%, 9월 0.30%, 지난달 0.32%로 상승폭이 커졌다.

종부세 부담이 큰 강남권에서 월세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는 9월 0.54%에서 10월 0.73%로 오름폭이 확대됐고, 같은 기간 서초구는 0.46%에서 0.63%로 올랐다. 강동구와 도봉구(이상 0.55%), 강북구(0.54%), 중구, 동대문구(이상 0.53%)도 서울 평균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경기와 인천의 월세 상승률은 서울보다 가팔랐다. 경기는 6월부터 5개월 연속 오름폭이 커져 지난달 상승률 0.61%를 기록했다. 부동산원이 반전세 포함 월세통합가격지수를 작성한 2015년 6월 이래 최고치다. 인천은 6월에 0.71%를 찍은 뒤 7월 0.31%로 잠시 주춤했지만 8월부터 3개월 연속 0.6%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지난달 상승률은 0.69%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월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값이 많이 올라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계약분 매물에 세 부담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겠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여기에 신규 계약 때 치솟은 전셋값을 대출 규제로 마련하지 못한 수요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증부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에도 집값 상승과 공정시장가액 인상 등의 영향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며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사용한 매물이 나오는 내년 7월 말 이후에는 신규 계약 물량에 큰 폭으로 상승한 임대료를 책정할 가능성이 커 전세가격과 월세가격의 동반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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