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요소수 외교 공백' 인정... "문제 보고 받지 못했다"

입력
2021.11.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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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현지 공관 판단 부재 시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1일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불거진 ‘요소수 대란’ 사태와 관련, 정부의 ‘늑장 대응’을 사실상 시인했다. 현지 공관의 판단 부재 탓에 장관에게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보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당시 요소수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그 이전에 출국해 상세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왕이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할 때 요소수 이슈를 의제로 다루지 않은 점을 지적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지난달 26일 출국한 정 장관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28일 로마에 도착했다. 중국 현지 공관이 요소 품귀 우려를 외교부에 전한 시점이 지난달 21일인 점을 감안하면 왕 부장을 만날 때까지 9일 동안 장관 보고가 전무했던 셈이다. 중국 당국이 요소 수출 전 검사 의무화를 처음 예고한 일시(지난달 11일)와 비교하면 무려 18일간 ‘외교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정 장관은 실책을 인정했다. 그는 “현지 공관으로부터 (요소수 관련) 기업 애로사항을 접수한 뒤 조금 더 심각성을 갖고 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수출 규제는) ‘특정국을 겨냥한 게 절대 아니다. 한국에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왕 부장의 메시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요소수 대란 해결을 위해 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명의로 중국 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에 서한을 보내는 등 외교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 정 장관은 “앞으로 3, 4개월 정도의 물량은 안정적으로 확보됐다”며 “이를 기초로 더 이상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수입처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관해 “낙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한미 협의는 필요성과 형식, 내용 등에 있어 의견이 일치한다”면서도 당사자인 북한이 종전선언 대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