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을 위한 개인의 재산권 제한은 수십 년간 반복되는 해묵은 갈등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이익'과 개인의 권리가 충돌하지만 승자는 언제나 공공이다. 법에 토지 강제수용이 규정된 이상 개인으로서는 땅을 내주지 않을 방법이 없다.
2일 법조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토지수용 근거는 헌법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1987년 전부개정돼 이듬해 시행된 헌법 제23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토지수용이 가능한 세부적인 공익사업들은 1962년 제정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을 근거로 한다. 토지보상법 4조에 따르면 국방·군사시설이나 철도, 항만을 비롯해 학교와 박물관 등의 사업에 있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현존하는 다수의 도로나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은 이 조항에 근거해 해당 지역에서 수용한 토지 위에 건설됐다.
이외에도 '국제경기대회지원법', '관광진흥법', '태권도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지방소도읍 육성 지원법' 등 무려 93개 특별법을 통해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토지수용이 가능하다. 뉴타운사업의 기반이 된 '도시환경정비법'도 93개 특별법 중 하나다.
택지개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토지수용은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과 '도시개발법', '공공주택특별법'에 근거가 있다. 1980년 제정된 택촉법은 산업화 이후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 주도의 대규모 택지 개발을 가능케 했다. 주택공급정책은 ①충분히 많은 물량의 주택을 ②빠른 시간 안에 ③수요자가 접근가능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다. 토지수용제도는 개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개발에 대한 시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1기 신도시 등 국가가 주도해온 대규모 택지개발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개발 권한을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넘겨 소규모 택지를 필요에 따라 개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이다.
도심 내 노후지역의 재개발·재건축 필요성이 증가한 것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에 2005년부터 시·군 단위 도시기본계획 승인 권한이 지자체로 대폭 이양되기 시작했다. 이어 2007년 도시개발법이 개정되면서 민간도시개발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문제는 일부 민간업자들이 도시개발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공공이란 탈을 쓰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현행 도시개발법은 공공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특수목적법인(SPC)에도 토지수용권을 부여해 헐값에 토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성남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태가 도시개발법의 맹점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다.
정작 토지를 빼앗긴 주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 개발 때 토지수용제도가 불공정하다는 점이 부각돼 보상제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발이익을 일정 부분 토지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개발이익을 배제한 손실보상액 산정이 정당보상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이다. 2009년 헌법재판소는 토지보상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공익사업 시행으로 땅값이 올라 생기는 개발이익은 토지 소유자의 노력이나 자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형평의 관념에 비춰볼 때 토지 소유자에게 당연히 귀속돼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