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함 세척 노동자도...3년 1,700만원 임금 떼였다

입력
2021.10.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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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⑮서울 양천구 음식물쓰레기함 세척 노동자
업체, 노무비 받아 놓고 매해 400만~900만원 덜 줘
수의계약으로 사업 따내...구청 "개선하겠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이 '중간착취의 지옥도'를 보도한 후, "나도 당하고 있다"는 사회 곳곳 노동자들의 호소가 계속되고 있다.

악취와 불결함을 참아야 하는 힘든 노동, 그러고도 세후 월 190만~230만 원대의 임금을 받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세척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받아야 할 한 해 400만~900만 원의 노무비가 중간업체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고 호소한다.

서울 양천구청으로부터 연립주택의 ‘음식물쓰레기 전용수거함 세척사업’을 위탁받아 수행 중인 A업체. 이 업체는 지난해 양천구와 1회 세척비용으로 2,100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총 2억8,940여만 원(단가 2,100원×13만7,831회)을 받았다.

양천구청이 작성한 지난해 ‘음식물류폐기물 수거용기 세척사업 용역 기초계산’ 문서에 따르면, 1인당 직접노무비(기본급+제수당)는 퇴직금을 제할 경우 3,540여만 원이었다. 그런데 이 업체에서 일한 B씨는 임금과 명절상여금 등을 모두 합해 3,120만 원(세전)을 받았다.


2019년에도 1인당 노무비는 3,250여만 원으로 산정됐지만, B씨가 받은 돈은 2,800여만 원이 전부였다. 매해 400여만 원의 노무비가 중간에 사라진 것이다.

월 단위 금액을 기준으로 작성한 2018년 문서에도 1인당 노무비는 월 320여만 원으로 나와 있다. B씨는 그해 3,840여만 원을 받아야 했지만 2,900여만 원을 받았다. 무려 900여만 원을 떼였다. 이를 종합하면 3년간 B씨에게 돌아가야 했을 노무비 중 최소 1,700여만 원이 중간에 사라졌다.

이 업체의 세척업무 인원은 총 4명이니 업체는 3년간 최소 6,800여만 원의 임금을 중간착취한 셈이다. 이는 순수하게 직접노무비만 따진 액수이다. 1회 세척단가 2,100원은 교통비ㆍ체력단련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산정됐지만, 노동자들은 식비를 제외한 복리후생비를 받은 적이 없다.


A업체 대표는 “양천구청의 폐형광등 수거사업도 수행하고 있는데, 해당 직원들의 임금이 너무 적어 (음식물쓰레기 전용수거함) 세척비로 책정된 노무비 중 일부를 폐형광등 수거 인력에게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세척비 노무비 중 일부인 1,500여만 원에 회사 관리비와 법정이윤 일부를 더해 폐형광등 수거인들의 임금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양천구의 ‘2020년 폐형광등 수집운반용역 원가계산 총괄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폐형광등 수거 사업에 산정된 직접노무비는 1억7,750여만 원이었다. 이 업체 임금대장을 보면 폐형광등 수거인 6명의 임금총합은 2억350여만 원이다. 2,600만 원이 늘어나 1인당 평균 월급(세전)이 246만 원에서 282만 원으로 오른 것은 맞다. 그런데 미심쩍다. 세척 노동자가 세전 월 26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이들이 받을 돈을 떼어서 폐형광등 수집인력에 더 많은 월평균 282만 원을 줬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

세척 노동자 중 한 명은 "폐형광등은 자주 나오는 폐기물이 아니기 때문에 수거인력이 주기적으로 돌아다니는 방식이 아닌, 아파트 측이 연락을 주면 방문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며 "(일거리가 별로 없다 보니) 실제로는 6명이 아닌 4명만 일을 했고, 두 명은 유령직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착복을 가리기 위한 장부 조작이라는 주장이다.

양천구청은 노무비 착복 정황ㆍ사용처 변경 주장 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중간착취를 감시 또는 방지할 수 있는 조례가 없고, 해당 업체를 별도로 관리ㆍ감독한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양천구와 수의계약으로 혜택을 받은 업체다. 양천구청은 2017년까지는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전용수거함 세척 용역계약을 맺었지만, 2018년부터 수의계약 형태로 변경했다. 한 현장 노동자는 “경쟁입찰을 했던 2017년에는 지역 외 업체가 용역계약을 따냈는데, 수의계약으로 바뀐 2018년부터는 지역 내 업체가 선정됐다”며 “구청이 지역 내 업체들의 이권을 챙겨주기 위해 수의계약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양천구청은 “2017년 업체는 타 지역 소재이다 보니 수거함 위치 파악이 오래 걸리는 등 업무처리가 원활하지 못해서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향후 지방계약법,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등 관련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공개입찰을 통해 계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