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경호처

입력
2021.08.08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과거 군사정부 청와대 경호실은 위세가 대단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명분으로 장차관을 호령하는 등 대통령 권력으로 호가호위했다. 청와대 직속으로 운용하는 대통령 경호조직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결과다. 서방 대부분의 국가는 경찰이나 국토안보부 소속 경호팀에서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다. 민주 정부 이래 위세가 크게 꺾였지만 청와대 경호처는 여전히 그 위상을 무시할 수 없다.

□ 최근에는 청와대가 경호처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 양산 사저를 담당할 경호인력으로 65명을 증원한다는 것인데, 의무경찰 폐지로 방호 인력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로써 김영삼 정부 이래 500명대를 유지하던 경호처 정원은 700명에 육박하게 됐다. 퇴임 대통령이 늘수록 경호 인력 증가를 피할 수 없겠지만 이번 정부에서 유달리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효율적 운영 방안의 검토를 지시했다.

□ 민주 정부 아래서 대통령 경호조직은 축소 운영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김영삼 정부가 처음으로 민간 경호 전문가를 경호실장에 임명하면서 군인 출신 일색의 경호실을 탈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찰청장 출신을 경호실장에 앉혔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장관급 경호실장을 차관급 경호처장으로 직제를 바꿨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호실로 격상되는 반동이 있었으나 문 대통령이 다시 바로잡았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국제표준에 맞추겠다며 청와대 경호실 폐지까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던 경호처는 폐지 대신 몸집을 불리며 되레 퇴행하고 있다.

□ 청와대 경호처의 공보조직도 특이하다. 홍보수석실이라는 엄연한 공식 기구가 있는데도 경호처는 국가안보실에도 없는 공보관을 운용하고 있다. 공보조직의 주요 업무로 볼 수 있는 보도자료는 연간 평균 2~3건을 내다 올해는 한 건의 실적도 없다. 그러면서 경호처 정원 확대에 맞춰 공보관 아래 공보담당 직원을 충원하는 계획을 추진한다고 한다. 거꾸로 가는 경호처가 아니라면 가능이나 한 일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김정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