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9명 검찰 송치... 5명은 구속

입력
2021.07.29 16:00
형사처벌 비대상은 행정처분·제도개선
경찰 "재개발 비리에 수사력 집중할 것"


경찰은 지난달 9일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에 책임이 있는 피의자 9명을 검찰로 넘겼다.

29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현장 붕괴 참사와 관련해 안전 관리 및 감독을 소홀히 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9명을 검찰로 송치했다.

9명은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관계자 3명, 하청사 '한솔' 관계자 2명,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1명, 굴착기 기사 1명, 감리자 1명, 전직 공무원 청탁을 받고 절차를 어긴 채 감리를 임의 지정한 광주 동구청 건축과 공무원 1명이다. 이 가운데 원청사 현장소장, 공정 감독을 맡은 하청사 2곳(한솔·다원이앤씨) 현장소장,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감리자 5명은 구속했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을 받은 철거업체 백솔은 해체계획서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철거 공정을 진행했고, 이를 알고도 원청·하도급 업체 현장 관리자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감리자 또한 단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하지 않는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판단,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사실을 서울시에 통보하고 과태료 처분 등 행정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참사의 근본 배경으로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불법적 금품 수수,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입찰 담합 행위, '다단계'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비상식적 공사 대금 산정 등이 드러났다.

경찰은 무리한 철거 공정과 불법 재하도급을 초래한 철거업체 선정 과정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14명을 입건해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28일 붕괴사고 원인은 도로 방향의 건물 전면으로 해체 물량이 쏠리는 '횡(橫)하중' 때문이라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무리한 철거 방법 선택과 1층 바닥 하중 증가에 따른 보강조치 미흡 등의 요인들이 건물 붕괴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재개발조합 비리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박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