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올림픽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가 놀림거리가 되고 있다. 한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수들 간 성관계를 막으려고 주최 측이 일부러 무너지기 쉬운 침대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리고 일부 누리꾼이 이에 호응하면서다.
19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도쿄 올림픽 선수촌 침대가 성행위를 단념시키려는 목적으로 고안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소셜미디어가 뜨겁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도 선수촌 침대를 ‘안티-섹스(성관계 방지) 침대’라고 명명하며 해당 루머를 소개했다.
SCMP에 따르면 불을 지핀 건 미 장거리 육상 대표 선수이자 2016년 리우 올림픽 은메달 리스트인 폴 첼리모가 17일 올린 트위터 게시물이다. 침대 사진이 포함된 글에서 그는 “이것의 목표는 선수들 간 성행위의 방해”라고 주장했다. 다른 트윗을 통해서는, 자기는 바닥에서 잠잘 생각이기 때문에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 같은 농구 선수의 침대가 무너지면 그에게 자신의 침대를 팔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첼리모의 침대 조롱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누군가가 침대에 소변을 본다면 박스가 젖어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다. 침대가 무너지는 상황에 대비해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내용의 트윗도 같은 날 올렸다.
비아냥에는 누리꾼도 가세했다. 첼리모의 농담 트윗에 한 누리꾼이 “옷장이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으니 옷장을 가로로 눕히고 그 위에다 매트리스를 올려라”라는 글로 화답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아일랜드 체조 선수 리스 매클레너건은 자신이 선수촌 골판지 침대 위에서 시험 삼아 뛰어 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18일 자기 트위터에 올렸다. 매클레너건은 몇 번 점프한 뒤 “이 침대가 골판지로 만들어진 것 맞지만 그게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부서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안티-섹스’를 위해 골판지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가짜 뉴스”라고 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진 건 선수촌 방마다 비치된 길이 210㎝, 폭 90㎝ 크기 침대의 재료가 골판지이기 때문인데, 일단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표방해 온 ‘환경 올림픽’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재활용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침대가 200㎏ 무게까지 견딜 수 있는 만큼 견고성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주최 측은 주장한다.
도쿄 올림픽 공식 트위터는 매클레너건의 트윗을 공유하며 “소문이 틀렸다는 걸 밝혀줘 고맙다. 지속 가능한 침대는 튼튼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뒷말 많은 올림픽인 만큼 진위 여부를 떠나 논란 자체가 부담이다. 일본 매체인 도쿄스포츠는 “환경 친화적 소재를 사용한다는 게 골판지 침대 도입의 취지였지만 성관계 방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까지 된다면 일석이조 아닌가”라고 자조적으로 논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