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을 걸러내는 콩팥에서 얻는 교훈

입력
2021.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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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 중 물이 체중의 약 60~70%를 차지한다. 물은 세포 속, 세포 사이,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피의 형태로 존재한다. 세포 속에 있는 물은 우리 몸의 생존과 생명현상과 관련된 다양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장소 겸 매개체로 사용된다. 물은 이 밖에도 우리 몸의 이곳저곳에 물질을 운반해 주기도 하고(피), 덥거나 열이 날 때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해 주기도 하고, 소변을 통해 몸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콩팥은 혈액에 있는 중요한 물질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 속에는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 호르몬 등과 함께 대사 과정의 결과 만들어진 노폐물 등도 녹아 있다. 영양소는 필요한 세포에 전달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남는 것은 저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노폐물은 몸에서 배출해야만 한다. 노폐물은 종류에 따라 숨이나 땀 등으로 배출되는 것도 있고, 오줌으로 배출되는 것도 있다.

콩팥에서 오줌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정교하게 조절이 된다. 기본적인 원칙은 핏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내보냈다가 몸에 필요한 것만 다시 재흡수하는 것이다. 재흡수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다시 흡수되지 못하는 것들은 물과 함께 오줌으로 배설된다.

1997년부터 몇 년간 우리나라는 아주 힘들었던 IMF 사태를 겪었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월급을 많이 받는 직원, 혹은 운영진과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되어 있지 못한 사람들부터 해고하는 일이 많았다. 물론 필자가 통계자료를 확인하거나 직접 조사를 한 것이 아니고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를 가지고 짐작하는 것이니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크다. 여하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필자는 “정리해고를 꼭 해야 한다면 콩팥에서 오줌을 만들 때 사용하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풀어서 말하자면 모든 직원으로부터 사직서를 받고, 회사를 정상화하고 운영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부터 회사에서 고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 다시 채용하는 방법을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다시 채용되지 못한 사람은 일단 해고했다가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채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사업가도 아니고, 회사에 이런저런 조언을 할 만한 사회적 위치나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으니 내 말을 듣고 정리해고를 한 회사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예측했던 것보다 오래 가면서,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도 과거의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렇다면 어려운 상황을 계기로 새로운 사회를 향한 대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선택하는 방법은 과거에 쌓아 놓은 틀을 기반으로 변화, 발전시키거나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낡은 기존의 틀을 파괴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기득권층의 반발도 있을 것이고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렇지만 콩팥에서 오줌을 만들 때 왜 핏속에 들어있는 모든 것, 그것이 영양소이든 노폐물이든 상관하지 않고 일단 다 버렸다가 다시 취하는 극단의 방법을 사용했을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노폐물을 완전히 몸에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이 사회에서 기득권, 관행과 관습, 진입장벽 등 여러 이유로 버려야 할 것인 줄 알면서도 처리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재활용할 것이 아니라면 어떤 이유가 있든 쓰레기는 버려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 사회에 도움이 될 필요한 자인지 아니면 버려야 할 쓰레기인지 모두가 잘 판단하고 걸러내는 콩팥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엄창섭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