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더 가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았지만, 배달처럼 코로나19로 오히려 특수를 누린 플랫폼 업종에는 남성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업종에 따른 성별 분리 현상에 맞춘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24일 고용노동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제6차 여성 고용실태 분석 및 정책과제 발굴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선 통계청이 낸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니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409만1,000명으로 전년도 8월보다 3만5,000명 줄었다. 남성 근로자는 333만5,000명으로 전년도 8월보다 2만1,000명 감소했다. 전체 비정규직에서 남성 비중은 29.4%, 여성은 45.0%였다.
하지만 비정규직 중에서도 '비전형 근로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큰 성별차를 보였다. 비전형 근로자란 파견, 용역 근로자 혹은 가정 내 근로자, 단기 근로자 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가사 도우미, 배달 기사, 학습지 교사 등이 포함된다.
비전형 근로자 수만 따로 뽑아봤더니 여성은 5만9,000명이 줄었지만, 남성은 되레 8만7,000명이 증가했다. 남성 취업자가 많은 배달 등 플랫폼 일자리는 늘어났지만, 여성 취업자가 많은 학습지 교사, 가사 도우미 같은 직종은 일자리가 크게 줄어서다. 여성도 플랫폼 노동을 하지만, 프리랜서 형식으로 웹 디자인을 하거나 단순노무 제공 같은 일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일자리 격차는 임금 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여성 비전형 근로자가 시간당 받는 임금(2020년 6~8월 평균)은 1년 전보다 10.4%포인트나 줄어들어 남성 임금 대비 82.1% 수준에 그쳤다.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격차를 메우려면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여성 비정규직이 많은 성별 분리 업종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 비정규직이 많은 가사노동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제지원이나 자격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