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하자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즉각 화답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고서도 코로나 위기 등에 대한 초당적 협력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확인된 정치 혁신의 국민적 요구에 여야가 의견 접근을 보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는 사실상 실종됐다. 180석 거대 여당은 독주로 일관했고 여당의 실책을 기대한 제1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달렸다. 국정 현안을 협치로 풀자며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국정 상설)협의체만 하더라도 2018년 하반기 한 차례 회의 이후 개점 휴업 상태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도 상설협의체 구성 논의가 있었지만 진척을 보지 못했다. 국정 운영에 협력할 이유가 없다는 보수 야당의 시대착오적 인식과 의석 분포상 어떤 입법도 단독 처리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오만이 빚어낸 정치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민심은 이런 구시대적 정치에 대한 분노와 경고다. 단지 세대와 정권 교체를 향한 보수의 열망만은 아닐 것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진영 논리에 함몰돼 국정과 민생을 외면하는 기성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보수 진영에서 먼저 분출했다고 보는 게 옳다. 세대교체를 발판으로 보수당 체질 개선에 나선 ‘이준석호’의 혁신 방향을 민주당이 긴장하며 주시해야 할 이유다.
여·야·정 협의체는 정치 복원과 협치 회복의 시작일 뿐이다. 대선 국면이라 협의체 구성 자체가 불투명하며, 협의체가 실제 가동되면 여야 정책 이견만 부각될 수도 있다. 당장 이준석 신임 대표는 코로나 위기 대응에는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지만 부동산 정책에는 “대통령께서도 임기 말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며 대결을 예고했다. 그렇다 해도 국민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치 쇄신과 민생정책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