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합의하고도 일방적 약속 깬 일본의 무례

입력
2021.06.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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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약식 회담을 갖기로 양국 정부가 잠정 합의했지만 일본이 이를 일방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이유로 당초 실무차원에서 잠정 합의했던 약식회담마저 끝내 응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독도방어훈련에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해오긴 했지만 연례 훈련을 정상회담 취소의 이유로 내세우는 태도는 구차하기 이를 데 없다.

한일이 풀어야 할 현안이 적지 않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정상끼리의 대면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G7 회의는 그냥 넘기기 아까운 자리였다. 행사 전 한미일 또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예정된 회담이 취소되면서 한일 정상은 결국 진지한 대화는커녕 "반갑다"는 인사만 주고받은 채 헤어지고 말았다. 모처럼 열린 대면 정상회의장에서 도리어 대화의 어려움만 확인한 셈이다.

스가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어서 회담할 환경이 아니다" "한국 쪽에서 한일문제를 어렵게 했으니 한국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일본이 원하는 강제징용·위안부 해결책을 가져오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분명히 했다. 코로나 속 올림픽 강행으로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데 한일 정상회담을 하면 보수 지지층의 반감을 부추길지도 모른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갈등이 한국 사정으로 새롭게 문제 된 건 사실이지만 애초 불충분했던 과거사 매듭짓기가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속 조치로 인한 외교적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도,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돼버린 위안부 합의를 다시 가다듬기 위해서도 양국의 대화는 필수다. 적극 협상해도 해결될까 말까 한 문제를 원하는 답을 가져오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는 막무가내 자세로 일관해선 풀릴 리 없다는 사실을 일본은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