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중단 외압’ 의혹으로 최근 기소된 이성윤(59ㆍ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법원 판단이 남아 있긴 해도, 전국 고검장 6곳 가운데 선임 격인 서울고검장에 사상 처음으로 ‘피고인 신분’ 인물을 앉힌 영전 인사라는 점에서 부적절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각종 사건을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휘한 데 대한 ‘보은 인사’라는 비판도 확산될 전망이다.
이 지검장 후임엔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온 이정수(52ㆍ26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다. 이 지검장처럼 눈에 띄는 ‘친정권 행보’를 보인 건 아니지만, 이 국장 또한 현 정권 들어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과 서울남부지검장 등 요직을 거쳤던 인물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교(서울 남강고) 후배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을 맞아 전국 최대 검찰청이자 중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검 수장에 ‘믿을 맨’을 낙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검장ㆍ검사장 41명에 대한 승진ㆍ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부임 일자는 11일이다. 법무부는 “장관ㆍ총장 취임 후 사직 등으로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 조치를 위한 첫 대규모 정기인사”라며 “검찰 분위기 쇄신, 안정적인 검찰개혁 완수 도모를 위해 리더십과 능력ㆍ재질,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새로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고검장급으로는 이 지검장을 포함, 총 6명이 승진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특혜 휴가 의혹’ 사건을 처리했던 김관정(57ㆍ26기) 서울동부지검장은 수원고검장에, ‘피의자 신문조서 없는 조사’ 실험으로 주목받은 여환섭(53ㆍ24기) 광주지검장은 대전고검장에 각각 신규 보임됐다.
‘검찰의 꽃’ 검사장에는 주영환(51ㆍ27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비롯, 총 10명(27기 1명, 28기 5명, 29기 4명)이 새로 올랐다. 검찰 인사ㆍ예산 업무 책임자인 법무부 검찰국장엔 구자현(48ㆍ29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승진과 함께 임명됐다. 여성 승진자는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이동하는 홍종희(54ㆍ29기) 인천지검 2차장검사가 유일하다.
‘검찰 내 넘버 2’ 대검 차장검사엔 박성진(58ㆍ24기) 부산고검장이 전보 발령됐다. 전국 일선청의 권력형 비리 ㆍ부정부패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은 문홍성(53ㆍ26기) 수원지검장이 맡게 됐다. 서울동부지검장엔 심우정(49ㆍ26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북부지검장엔 배용원(53ㆍ27기) 전주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엔 이종근(52ㆍ28기) 대검 형사부장이 각각 전보됐다. 이성윤 지검장과 함께 ‘친정권 검사’로 꼽히는 심재철(52ㆍ27기) 서울남부지검장은 유임됐다.
이로써 1일 취임한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의 ‘1기 체제’ 진용이 꾸려졌다. 전날 박범계 장관은 김 총장 의견을 청취한 뒤, 일부를 반영해 이날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올해 1월 취임한 박 장관으로서도 다음 달 ‘검사장 4명 순환ㆍ전보 인사’는 매우 소폭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번이 장관으로서 단행한 첫 번째 인사다. 검찰 인사 업무에 밝은 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선 대놓고 반발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다만 일부 승진자에 대해 업무 능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 때 반기를 들었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장 전보)와 강남일 대전고검장ㆍ구본선 광주고검장(법무연수원 연수위원) 등은 모두 수사 일선에서 물러났다. ‘검언유착 의혹’으로 연거푸 좌천성 인사를 당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떠나야 할 사람은 승진시키고, 아무 잘못이 없던 분들은 연수원에 보낸 모습이 너무 대비된다”며 ‘이성윤 승진’을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