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2세 아동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해진 미국에서 50만 명이 넘는 10대들이 ‘백신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혹은 법적 보호자가 없는 ‘위탁ㆍ이주아동’이 그들이다. 방역 제도권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계속 방치할 경우 건강권 보호는 물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을 두는 학교정상화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대부분 주(州)에서 무연고 아동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미성년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려면 부모나 보호자의 허락을 필요로 하는 탓이다. 수도 워싱턴 등 일부 지역에서만 11세 이상의 경우 스스로 예방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까다로운 법 규정에 막혀 위탁ㆍ이주아동은 본인이 아무리 원해도 코로나19 백신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12일 바이든 행정부는 12~15세 아동에 대한 화이자 백신 사용을 허가했다. 이후 부모 등 법적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는 해당 연령대 아동은 백신을 맞고 현장학습과 여름캠프,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져 교육권 보호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때문에 무연고 아동의 백신 접종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9월 전에 10대 학생들의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여 가을학기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에 장애물이 될 수 있어서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일부 대도시는 이미 가을학기부터 전면 대면수업 실시 방침을 세우고 예방접종을 장려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학교 재개방과 감염병 종식을 위한 백신 접종 마지막 줄에 10대가 있다”고 표현했다.
걸림돌은 또 있다. 워싱턴 청소년단체 ‘패밀리유스이니셔티브’의 수잔 푸넷 창립자는 “위탁아동들을 보면 정부를 크게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백신에 대한 이들의 거부감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접종 장려에 앞서 신뢰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매체에 “백신을 벌써 맞은 일부 무연고 아동들도 있다”며 “주정부들과 협력해 백신 배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