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친문' 윤호중이 달라졌다?… 무릎 사과에 덕담까지

입력
2021.04.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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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평생 독재의 꿀을 빨다가 이제 와서….”(2020년 12월 8일·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해)

②“주호영 원내대표의 인품에 빠졌다가 나왔다.”(2021년 4월 22일·양당 원내대표 만남에서)

①과 ② 모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윤호중 원내대표의 말이다. 국민의힘을 향한 윤 원내대표의 태도가 4개월 만에 확 바뀐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요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애쓰는 중이다.

윤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첫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으며 강성 이미지를 쌓았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임대차 3법, 공정경제 3법 등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원한'도 샀다. "입법 독재"라고 항의하는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을 일갈하며 윤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 "독재의 꿀을 빨았던 사람들이 (누구더러 독재라고 하느냐)"였다.

윤 원내대표의 말은 센 편이었다. 임대차 3법을 일방 처리한 뒤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지난 3월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 현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쓰레기”라 지칭하기도 했다. 그런 윤 원내대표를 국민의힘은 "오만으로 점철된 폭주자"(김예령 대변인)라고 불렀다.

16일 '집권 여당의 원내 사령탑'에 오른 뒤 윤 원내대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22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윤 원내대표는 현충탑 앞에서 돌연 무릎을 꿇었다. 사과의 뜻이었다. 방명록엔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적었다. '피해자님'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들이었다.

현충원이라는 장소 선택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사과를 결심한 것은 윤 원내대표가 달라지겠다고 작심했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직후엔 “(박 전 시장의) 족적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었다.

윤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났다.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는 대신 덕담이 넘쳐났다. 윤 원내대표는 "아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며 주 원내대표의 인품을 '격찬'했다. 얼어 붙은 여야 관계를 풀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 경험이 많고 당직을 두루 맡아 본 윤 원내대표는 강성이기보다는 일 잘하고 합리적인 살림꾼 이미지가 강했다”며 “자리에 맞게 원래 성격을 찾아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다만 윤 원내대표의 변신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는 22일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국회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거듭 일축했다.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