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약 한 달 만인 29일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전에 없던 강력한 반부패 대책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숨이 앞선다. 공직자 투기 단속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주택 공급정책의 대진단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전원 재산등록 의무화에 대해서도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며 "부동산 투기로 얻은 부당이득은 최대 5배 환수하고, 투기 목적 농지는 강제 처분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재산등록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도 높은 대책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공직자의 땅 매수가 내부 정보를 악용한 것이라고 증명하는 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 중 대다수도 수사기관 조사에서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투자"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더라도 지인이나 친지 등을 통한 차명투자까지 적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공공주도의 주택 공급은 원안대로 강행하면서 투기근절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데서 발생하는 불협화음도 우려를 낳고 있다. LH 내부에 만연했던 도덕적 해이로 공공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미 땅에 떨어졌는데 주택 공급이 급한 정부는 LH를 계속 부여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문제가 불거진 LH 직원 몇 명 처벌한다고 해서 공공주도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택 공급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공직사회의 투기 문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주택 공급 기관이라는 LH의 역할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간 허술했던 직원 투기 방지 시스템을 LH 내부에서부터 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며 관련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공직자 재산등록 확대는 벌써부터 불만이 거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전국 공무원은 110만4,000여 명에 달한다. 전수 등록에 따른 행정력 낭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7급 공무원 A씨는 "6급 이하의 경우 업무 관련자가 아니면 부동산 정책과 관계도 없는데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차라리 조사 전담반을 구성해 운영하면 실효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지 시장은 뜻하지 않은 유탄을 맞았다. 2년 미만의 단기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내년부터 20%포인트 인상되며,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도 배제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따라 농지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