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1년. ‘집으로’ 출근하고 ‘집에서’ 퇴근하는 일상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을 뜻하는 ‘뉴 노멀(New Normal)’도 이제 더는 새롭지 않은 ‘노멀’이 돼 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주 3일 이상 재택근무하는 미국인은 5% 미만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이후 42%로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재택근무 확대는 감염병이 종식된 이후 도시 근로자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니콜라스 블룸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회사근무와 재택근무가 혼합된 근무형태가 새롭게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엔 집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ㆍ목표 제시 같은 창의적 업무 능력이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더 좋아졌다’는 응답보다 3배나 많았다. 동료와의 원격 협업 경험에 대해 묻는 또 다른 조사에서도 ‘브레인스토밍과 아이디어 창출이 어렵다’는 답변이 30%로, 계획 수립(17%), 정보 공유(17%), 문제 해결(16%) 등 다른 항목보다도 높았다. 블룸 교수는 “재택근무를 하면 기존 팀원과는 소통을 더 많이 하는 반면, 새로운 팀원과의 연결 가능성, 소통 능력은 확연히 떨어져서 잠재력이 발현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신 회사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복적ㆍ일상적 업무엔 재택근무가 한층 효율적이다. 블룸 교수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된 한 여행사 직원 1만60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재택근무 실험을 실시해 대조군에 비해 업무성과가 13% 증가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실험은 세계적인 학술지 ‘계간 경제학저널’에도 실렸다.
결국 회사에선 창의력을, 집에선 생산성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업무형태가 혼합돼야 한다는 게 블룸 교수의 주장이다. 이는 기업의 성과 극대화뿐 아니라 직원들의 행복과 동기부여에도 이롭다. 근로자들도 이런 근무형태를 더 선호한다는 조사도 있다. 최근 영국 노팅엄대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주 3일 회사 출근, 2일 재택근무’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이것을 임금의 약 6%에 해당하는 특혜로 여겼다고 한다. 100% 재택근무를 원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다.
물론 그 이면에는 불평등도 존재한다. 제조업 노동자와 의료종사자 같은 일선 근로자들은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나 달라질 게 없다. 블룸 교수는 “오히려 감염병 종식 이후 실직할 위험은 더 높다”며 “정부와 고용주가 희생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