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단수·전기요금 폭탄… '한파 강타' 美 텍사스의 수난

입력
2021.02.21 19:30
텍사스주민 2,900만명 중 절반이 식수난
호텔에 불 났지만 물 없어 진압 곤란
병원서 수술 지연에 사망자 발생 
방 3개짜리 집에 전기요금 1,000만원 폭탄

미국 본토 4분의 3을 할퀸 역대급 눈폭풍은 잦아들었지만 미국민들은 여전히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430만 가구에 전기가 끊겨 지역 전체가 마비됐던 텍사스주(州)는 단수 사태와 전기요금 폭탄까지 겹쳐 3중고를 겪는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텍사스주에 ‘중대 재난’을 선포하고 연방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피해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파가 멈추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다행히 텍사스주 전력 공급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19일까지 여전히 19만가구가 암흑에 놓여 있었지만 발전소가 재가동되며 복구에도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식수난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도관이 동파된 탓이다. 날씨가 풀렸어도 수도관을 수리하지 않으면 물을 쓸 수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얼었던 수도관이 녹으면서 파열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물 부족으로 병원 수술이 지연되면서 한 남성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오스틴시 북쪽 한 호텔에선 화재가 발생했지만 물이 없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문을 열고 장사를 했던 한 세차장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25일까지 영업 중단 명령을 받기도 했다. 오스틴시는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수돗물 380만ℓ를 긴급 지원받아야 했다.

텍사스환경품질위원회에 따르면 20일 현재 1,445개 공공수도 시스템이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텍사스 전체인구(2,900만명)의 절반가량인 1,430만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 수압이 낮아져 물이 오염됐을 가능성 때문에 텍사스 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700만명은 물을 끓여 마셔야 한다. 휴스턴시는 물을 끓여 마시라는 주의보를 22일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텍사스 재난관리국장은 “식수 배분, 생수 배분이 여전히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생수 990만병을 주문했고 210만병을 배분했다”고 밝혔다.

텍사스 주민들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전기요금 폭탄’이다. 정전 사태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시간당 전기요금이 1메가와트(MW)당 50달러(약 5만원)에서 무려 9,000달러(약 996만원)로 치솟았다. 댈러스시의 한 가정은 평소 전기요금으로 125달러(약 14만원)를 냈으나 이번 달엔 630달러(약 70만원)가 청구됐다. 수도관 동파를 막으려고 난방기를 켰다가 3,000달러(약 332만원) 고지서를 받아든 주민도 있었다. 미 NBC뉴스는 방 3개짜리 집에 살면서 전기요금 1만달러(약 1,107만원)를 내게 된 주민의 기가 막힌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변동 요금제가 적용되는 ‘그리디’라는 전력업체에서 전기를 받고 있었는데, 이 업체는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다른 업체로 바꾸라”고 안내해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민원이 빗발치자 텍사스주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그렉 애벗 주지사는 “한파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이 높은 전기요금으로 타격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