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를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올리는 조정안이 27일 열린 KBS 정기 이사회에 상정됐다. KBS가 수신료 인상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완화로 중간광고도 할 수 있게 된 KBS가 아직 이렇다 할 '체질 개선' 없이 수신료 인상까지 밀어붙여 시청자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KBS는 "코로나19 등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더욱 소중해지는 공익의 가치를 키우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수신료 인상 요청 배경을 밝혔다. 인상 금액은 KBS이사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의결은 재적 이사 과반이 찬성할 때 이뤄진다.KBS이사회는 방통위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11명의 비상임이사로 꾸려졌다. 수신료 인상은 방통위 검토와 국회 승인도 거쳐야 한다.
현 수신료는 컬러TV 방송을 계기로 1981년에 정해진 2,500원으로, 41년째 동결됐다. 2007년 등 그간 조정안이 세 번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승인을 받지 못했다.
KBS가 수신료로 거둬들이는 금액은 2019년 기준 6,705억원이다. 방송 재원의 약 46%를 차지한다. KBS의 요청대로 수신료가 3,840원으로 오르면 수입은 3,594억원 늘어나 지원 받는 수신료는 1조원을 넘어선다.
KBS는 "현 수신료 수입으로는 방송법에 정해진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등이 우리보다 5~9배 많은 수신료를 받고, 방송사 재원 비중도 70~90%를 차지하는 데 우린 그보다 낮아 제대로 공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KBS의 주장이다.
양승동 KBS 사장은 수신료 조정안이 이사회에 상정된 후 입장문을 내 "KBS는 보다 공정하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공익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한 각오를 새로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변화의 일환으로 ①재난방송 강화 ②저널리즘 공정성 확립 ③세대와 계층 아우르는공영 콘텐츠 제작 확대 ④소수자 보호 서비스 확대 등을 약속했다.
양 사장은 "인건비 절감과 예산 긴축 등 강력한 자구계획도 수신료 조정안에 반영, 국민의 수신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노력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