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공분, 양모 친정으로 불똥

입력
2021.01.08 12:00
부모 운영 포항 어린이집 공개되고
포항시에 "감시해 달라" 민원 봇물 
항의·비난 커지자 어린이집 폐원키로
"무분별한 비난·욕설 자제해야" 목소리

'정인이 사건(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양모의 친정인 경북 포항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양모의 아버지가 포항지역 교회의 목사인데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시에 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지역 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하는 시청 여성보육과에는 정인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난달부터 매일 10~20통의 항의성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 "친정 부모도 정인이 사건 공범인데 어린이집을 운영해도 되느냐" "어린이집을 철저히 조사하고 감시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설을 제대로 감독하라는 민원 전화가 너무 많아서 몇 차례 현장에 나갔는데 어린이집 원장이 결국 '폐쇄하겠다'고 말했다"며 "신종 코로나로 부득이하게 보육 중인 아이 9명이 다른 시설로 옮기면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정인이 양모의 친정이 포항으로 알려진 뒤 인터넷 맘카페에는 교회이름과 위치, 사진은 물론이고 친정 부모의 사진과 휴대폰 번호까지 게시됐다. 한 회원은 '정인이 사건 직간접 가해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친정 부모 사진을 올린 뒤 실명과 직업을 자세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다른 회원은 "친정 부모가 운영하는 교회와 어린이집에 테러해 본 사람 있느냐"며 "아직 운영하는 것 같은데 박살내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일부 회원들은 이른 아침 어린이집을 찾아가 등원 여부를 확인한 뒤 "아직 운영 중이다"고 썼고, 어느 회원은 "교회와 어린이집에 다니면 범죄자 변호를 지원하는 것"이란 댓글을 달았다.

친정 부모의 신상이 알려지면서 교회 건물 앞에는 정인이 사진과 사건내용이 담긴 피켓까지 등장했다. 목사인 친정 아버지의 설교를 방송한 포항지역 기독교 방송국에도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방송국 관계자는 "사이트에서 방송 파일을 삭제하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 가족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비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인이 양모가 가해자일 뿐, 양모의 부모는 학대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현승 변호사는 "정인이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가해자 가족에 대한 욕설과 도를 넘는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