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혐의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선고 당일인 23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상급심 판단을 다시 받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인데, 1심 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를 두고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4일 공개된 575쪽 분량의 정 교수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다른 학생들이 받은 동양대 상장 △정 교수의 아들 조모씨가 동양대에서 받은 상장 △딸 조모씨가 서울대ㆍ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제출한 동양대 표창장 등의 형식과 글자 모양, 직인 모양 등을 무려 71쪽에 걸쳐 상세히 비교했다. 그리고 “딸이 의전원에 제출한 표창장은 위조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먼저 총장 직인에 대해 재판부는 “딸의 표창장은 직사각형에 외각선 굵기가 일정하지 않다”고 봤다. 직인 오른쪽 선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점점 얇아진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동양대 상장들은 굵기가 일정하다”고 비교했다. 직인 왼쪽의 ‘총장’ 글씨체도 다르다고 했다. 딸의 표창장은 번짐이 많은 반면, 다른 상장들은 모두 해상도가 같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들의 상장을 이용해 딸의 표창장을 만들었다’는 공소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딸의 표창장과 아들 상장의 직인 부분을 보면 글자 간격, 글자와 직인 사이 간격, 직인의 기울기 등이 거의 일치한다”며 “하나의 원본에서 파생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인 외에도 표창장의 형식이 일반적인 동양대 표창장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주민번호가 기재된 표창장은 정 교수 딸의 것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상장들은 상장번호가 동양대 상징(심볼) 위에 있는데, 딸의 표창장만 심볼의 아래에 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황상 정 교수의 딸이 인문학영재프로그램에 튜터로 참여했을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체크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프로그램 진행시간에 딸은 동양대가 있는 경북 영주가 아닌 서울이나 부산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창장엔 “프로그램 참여일이 2010년 12월 1일부터라고 돼 있는데, 정 교수가 동양대에 임용된 것은 그 이후인 2011년 9월 1일”이라며 “실제 활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기간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계속해서 표창장 위조 의혹에 관한 해명을 번복한 것도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정 교수는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해 9월 6일엔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표창장 전결을 위임 받았다”고 했으나 한 달 뒤 검찰 조사 때는 “절차에 따라 정상 발급된 표창장을 받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올해 1월 법정에선 “2012년 9월 7일 표창장을 받았다가 분실해 2013년 6월 16일 동양대에서 직원을 통해 재발급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발급해 준 직원이 누군지도 번복했고, 평일이 아닌 일요일(2013년 6월 16일)에 재발급받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직원이 발급한 게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표창장을 위조한 사람은 정 교수라는 말이다.
끝까지 딸의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문질러도 번지지 않는 수료증’에 관해 직원과 통화한 게 지난해 9월 5일인 점에 비춰, “그때까진 정 교수가 표창장 위조본을 갖고 있었다”고 봤다. 정 교수는 그 다음날 검찰에 기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고에 이르기까지 속성값이 삭제된 표창장 촬영사진만 제출한 것은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사정을 뒷받침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