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징계청구 처분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검사들은 감찰 절차와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법무부가 내부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감찰 대상자의 소명도 듣지 않은 채 ‘윤석열 찍어내기’를 위한 맞춤형 감찰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안팎에선 이 같은 ‘추미애식 감찰’이 심재철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법무부 및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관실의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윤석열 감찰'을 주도하는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박 담당관은 ‘추미애 장관 지시사항’이라는 점을 내세워 상급자인 류혁 감찰관을 배제하고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담당관은 전날 법무부가 윤 총장의 ‘재판부 사찰’ 의혹 등을 대검에 수사의뢰할 때도 류 감찰관 결재를 받지 않고 ‘전결’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17일 윤 총장 감찰을 위한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평검사 2명을 대검에 보낸 것도 박 담당관 작품이다. 검사 2명은 당시 대검 간부들의 반발에 빈 손으로 법무부로 돌아갔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류 감찰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통보를 상급자한테 보고도 안 하고 하느냐”고 박 담당관을 질책했지만, “장관이 직접 지시하고 ‘단독으로 실행하라'고 해서 보고할 수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격분한 류 감찰관은 이후 윤 총장 관련 감찰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는 심재철 검찰국장도 윤 총장의 직무배제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한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이 윤 총장에게 보고된 과정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알린 인물이 당시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이었던 심 국장이라는 것이다.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상급자였던 윤 총장을 압박하는 용도로 활용한 셈이다. 이복현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전날 "검찰국장이라는 자가 자신이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근무할 때 지득한 정보를 유용해 별건으로 휘감아 소위 ‘판사 사찰’ 이슈를 만들어서 뻥 터뜨리고 총장을 직무정지 시켰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도 “판사 불법사찰 문건을 전달받고 크게 화가 났으면, 규정에 따라서 그 엄중한 위법을 어디에 신고를 해야지 8개월간 멍 때리다가 지금 와서 설레발 치느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심재철 국장은 앞서 “당시 판사 사찰문건을 보고 받는 순간 크게 화를 냈다. 일선 공판검사에게도 배포하라는 총장의 지시도 있었다는 전달을 받고 배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추 장관이 소수의 특정 인사들만 중용하면서 법무부의 정상적인 업무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이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사람에게만 직접 지시하고 보고를 받는 식으로 감찰을 진행하면서 조직이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