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북측에 또 한번 손을 내밀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전략적 인내' 기조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남북간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장관은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쌓으면 한반도 정세의 좋은 흐름을 함께 주도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 때문에 대면 만남이 미뤄지면서 취임 100여일 만에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장관은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남북은 2000년 북미 코뮈니케,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며 "북측이 신중하고 현명하게,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0년 6월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을 계기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과 평양을 '상호 특사'로 방문해 북미 공동 코뮈니케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는데, 이 같은 경험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새로 출범할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도 '동맹의 시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대북 정책 검토를 하려면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텐데,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조야와 소통하겠다"며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입장을 경청해온 만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한미간 협조와 지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고 자신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평화의 시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장관의 기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 구상을 본격화 할 것"이라며 "남북 간 대화와 협력 구조를 만들고, 코로나19 방역과 보건의료, 재해재난, 기후환경 분야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미국 대선 이후 북측도 정세 판단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과거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관계 정립을 해야 하는 시기에 도발을 통해 주도권을 선점하는 전략을 반복해왔다. 바이든 정부 초기에도 북한은 대화와 도발을 저울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내년 1월 당대회를 통해 대외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우리 정부가 (북미 간) 대화 의지와 의사 등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북미 간 중재자가 아닌 촉진자"라며 "남북이 먼저 관계를 개선하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