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인구의 3명 중 1명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가 되어 있거나 적어도 준비 중이라는 노인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66세 이상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16년(45.0%) 이후 2년 연속 개선됐지만, 15~64세의 상대적 빈곤율(11.8%)보다 여전히 4배 가까이 높다. "한국의 빈곤은 노인의 빈곤"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 50%(빈곤선) 이하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2018년 우리나라의 빈곤선은 연 소득 1,378만원이었다. 노인 10명 중 4명 이상은 월 소득 115만원 미만의 빈곤 상태라는 뜻이다.
이 같은 노인 빈곤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기준 한국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4.0%였는데, OECD 국가 가운데 높은 축에 속하는 미국도 23.1%에 불과했다. 프랑스(3.6%), 노르웨이(4.3%) 등은 10%도 되지 않았다.
한국 노인 대부분은 노후 준비 자체가 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중 "노후 준비를 하고 있거나 준비가 되어 있다"는 비중은 48.6%에 그쳤다. 10년 전(39.0%)보다 9.6%포인트나 상승했지만 여전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성별로는 여자(39.3%)가 남자(60.9%)보다 노후가 덜 준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가 돼 있다는 고령자 가운데 31.1%는 주된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꼽았다. 예금ㆍ적금ㆍ저축성보험을 택한 응답자는 27.9%였으며, 부동산운용(14.6%), 기타 공적연금(13.0%) 등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후 준비가 안 됐거나 안 하고 있다는 나머지 절반은 예금, 적금으로도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쓸 돈이 모자라 일터로 나서는 노인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2.9%로 2018년 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30.4%) 이후 4년 연속 상승세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자가 35.8%로 가장 많았고,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4.6%), 서비스ㆍ판매 종사자(17.7%)가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인 고용률은 빈곤 문제, 노인 일자리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단순노무 종사자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빈곤 문제는 빠른 고령화와 함께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15.7%인 65세 이상 고령인구(812만5,000명)는 5년 후 초고령사회(노인 비중 20% 이상) 문턱을 넘어서게 되며 2060년 43.9%에 이를 전망이다. 생산연령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를 뜻하는 노년 부양비는 올해 21.7명에서 2060년 91.4명으로 급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