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쓰레기 투기 “사전 협조요청” “말이 안 돼”

입력
2019.03.07 13:51
수정
2019.03.07 14:34

수원대 학생회 해명에 도로공사 반박

충북 음성군 금왕휴게소 공터에 대학생들이 분리수거하지 않은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실이 6일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충북 음성군 금왕휴게소 공터에 대학생들이 분리수거하지 않은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실이 6일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학생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일이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쓰레기를 버린 수원대 학생회 측이 “미리 협조 요청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한국도로공사 측은 “협조 요청을 받은 직원이 없고, 그런 요청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면서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겠다거나 처리해달라는 요청은 이번 경우를 포함해 받아본 적이 없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요청”이라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이 휴게소에 들르기 전 식당 이용을 위해 예약 문의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쓰레기 때문에 미리 문의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는 얘기다.

앞서 수원대 학생들이 휴게소에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버리고 간 사건은 6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휴게소 직원’이라고 주장한 게시자가 공개한 사진에는 분리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쓰레기, 재활용품 등 수십 상자가 한곳에 쌓여 있었다. 게시자는 “대학생들 엠티 가는지 버스가 줄줄이 오더니 쓰레기를 버리고 도망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네티즌들이 “어떤 학교냐”며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원대 학생들이 6일 충북 음성군 평택제천고속도로 금왕휴게소에 들렀을 때 생긴 일임이 드러났다.

논란이 불거지자 수원대 총학생회 측은 “’2019새내기 배움터’ 행사 3주 전 도로공사에 쓰레기 처분 관련 협조 요청을 드렸었다”고 해명을 내놨다. 이어 수원대 총학생회는 ‘입장표명문’을 통해 “도로공사 담당자는 해당 협조 요청을 승인하고 안성맞춤, 금왕, 천등산 3개 휴게소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겠다는 확답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처분한 사항은 해당 단과대학 학생회에 연락해 교육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원대 학생들이 휴게소에 쓰레기를 대량 투기한 사실에 대한 총학생회 입장표명문. 수원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수원대 학생들이 휴게소에 쓰레기를 대량 투기한 사실에 대한 총학생회 입장표명문. 수원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도로공사 측은 수원대 총학생회와 연락을 주고 받은 직원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수원대 측에서 연락을 받은 사람을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인데, 전화를 받았다는 직원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한편 금왕휴게소 박모 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 후 학생들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진심으로 미안해 한다는 걸 느꼈다”며 “더이상 이 사건으로 주목 받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휴게소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분리하지 않고 마구 버리는 행위는 행락철에 자주 발생하는 일이지만 대학생들이 대량으로 쓰레기를 투기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도로공사 측은 지적했다. 도로공사 휴게시설처 관계자는 “청소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과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현수막을 걸고 관광버스 업체 측에 주기적으로 공문을 보내왔다”며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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