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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성장 둔화에도 ‘돈 풀기’ 끝낸다… 일본만 양적완화 유지

입력
2018.12.13 16:54
수정
2018.12.13 22: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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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구 본부 건물이 있던 자리에 설치된 유로화 표기 모양의 조형물을 카메라 노출을 길게 늘려 촬영한 사진. 로이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구 본부 건물이 있던 자리에 설치된 유로화 표기 모양의 조형물을 카메라 노출을 길게 늘려 촬영한 사진. 로이터

유럽연합(EU)도 경기진작을 위해 시중에 돈을 사실상 무한정 푸는 ‘양적완화’를 예정대로 이달 중 공식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양적완화는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15년 단행된 조치인데, 죽어가던 경제를 살린 호흡기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반면 유로화를 공용화폐로 사용하는 유로존 19개국의 이해관계가 제각기 다른 만큼, 정치적으로는 실패작이라는 혹평도 동시에 쏟아졌다.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하필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돈줄을 죄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3일(현지시간) 회의 결과 기존 계획대로 12월 말을 기해 신규 채권 매입을 중단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영국 중앙은행에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으로는 세 번째 긴축 조치다. 이제 남은 건 일본뿐이다.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로 정부ㆍ기업의 채권을 사들이면 시중 통화량은 늘어난다. 자연히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올라 실물 경제 회복에 유리하다. ECB는 2015년부터 이달까지 4년간 2조6,000유로(약 3,331조원)를 쏟아부었다. 앞서 2009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에 대응해 미국이 양적완화로 급한 불을 끈 뒤에 서서히 빠지려던 시점에서야 유럽은 뒤늦게 돈 잔치에 뛰어들었다. 당초 1년6개월간 1조유로(약 1,270조원)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소요기간과 투입자금 모두 곱절이 넘게 늘었다. 희생은 컸지만 덕분에 2016년과 지난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호황을 구가한 미국마저 추월했고, 매달 19만5,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로존 19개국은 서로 파열음을 냈다. 안정된 경제력을 갖춘 유럽 북부지역 국가들은 자신들의 돈이 경제사정이 열악한 남부로 흘러 들어간다며 ECB에 날을 세웠다. 유럽 단일통화에 반대하는 포퓰리즘 정당들은 이를 빌미로 입지를 넓히며 분열을 부추겼다. 스테판 제라크 EF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양적완화가 경제적으로 성공인 반면 정치적으로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라며 “유로가 단일 경제권이라지만 실제로는 주권국가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ECB의 양적완화 종료 결정이 성급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 경제가 쪼그라들면서 유로존의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 4년 이래 최저치로 추락한 상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한때 애를 먹이던 이탈리아마저 본격적인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조셉 가농 박사는 “ECB가 왜 이리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고신호에도 불구하고 ECB의 주요 인사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수개월간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온데다 향후 장기채권 매입을 늘리는 등의 보완책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마이너스 0.4%인 정책금리를 최소 내년 중반까지 올리지 않을 예정이어서 기업의 이자부담도 그대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양적완화를 중단하더라도 유로존 확장에 제동이 걸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자신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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