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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병헌, e스포츠협회 고액지출 직접 결재… ‘댓글부대’ 운영까지

입력
2018.01.12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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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홈쇼핑 “대표 증인신청은 기획 호출

협회 지원 요망” 보고서 작성

2016년엔 총선 공천 탈락하자

협회 직원들에 항의 댓글 지시도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해 12월 1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해 12월 1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병헌(60)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국e스포츠협회에 돈을 내도록 압박하고, 허위계약에 의한 자금세탁으로 돈을 빼돌린 혐의와 관련해 줄곧 “무관한 일”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협회 자금으로 500만원 이상 지출할 때마다 직접 결재한 단서를 잡았다. 전병헌 전 수석 모르게 협회가 후원금과 기부금을 위장거래 계약과 자금세탁을 통해 외부로 빼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협회 직원들을 인터넷 댓글부대로 동원하고, 장소를 바꿔가며 롯데홈쇼핑 관계자를 은밀히 만나 금품을 직접 수수한 정황도 파악했다.

GS 보고서 “허태수 증인신청은 기획호출”

11일 한국일보가 사정당국과 업계를 취재한 결과 협회에 1억 5,000만원의 기부금을 낸 GS홈쇼핑 내부보고서에는 전 전 수석의 개입 정황이 또렷이 드러나 있다. 전 전 수석은 2013년 10월 초 ‘기적의 크림(마리오 바데스쿠 크림)’ 판매와 관련해 GS홈쇼핑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낸 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GS홈쇼핑 대관팀이 당시 작성한 보고서에는 “전병헌이 야당 원내대표이고, GS홈쇼핑은 대학 선배가 오너인데도 관심이 없으므로 기획 호출한 것”이라며 “e스포츠협회 등에 지원요망”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 전 수석의 GS 비판이 증인 신청을 빌미로 한 사실상의 금전요구라는 것이다.

전 전 수석은 기부금 관련 협의 상황을 그의 최측근인 윤모(35) 전 비서관으로부터 계속 보고 받고 승인했으며, GS홈쇼핑 대관담당 김모 상무를 만난 뒤 허 대표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했다. GS홈쇼핑은 지난해 11월 롯데홈쇼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우리 사안이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비슷하지 않냐”고 토로할 정도로 협회에 제공한 금품의 불법 가능성을 이미 인식했다.

전병헌 공천 탈락에 협회 직원들 댓글부대로

검찰은 전 전 수석이 협회 직원들을 동원해 댓글 부대까지 운영할 정도로 협회를 사유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16년 3월 20대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하자 윤 전 비서관을 통해 조모 사무총장, 김모 국장, 서모 팀장을 비롯한 협회 직원들을 동원해 항의시위를 하는 한편, 자신과 관련한 인터넷 기사에 공천탈락에 항의하는 댓글을 달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2월에는 협회 직원들을 동원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의 PC방과 음식점 현황을 파악하게 하고, PC방 업주들을 대상으로 공인e스포츠 PC클럽 지정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지역구 순방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정황들이 협회 직원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소 바꿔가며 롯데 임원 은밀히 접선

전병헌 전 수석은 방송 재승인을 앞둔 롯데홈쇼핑 임원을 은밀히 만나 기프트카드를 직접 받아 챙겼다. 회동할 때는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등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행보도 보였다.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던 전 전 수석은 2015년 5월 의원회관 회동은 불편하다며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한 끝에,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의 M호텔 커피숍의 내실에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를 만났다. 전 전 수석 스스로 주변의 눈과 귀를 의식한 셈이다. 당시 전 전 수석은 강 전 대표에게 “e스포츠를 아느냐. 챙겨보느냐”고 물어보며 협회 후원의사를 타진했고, “e스포츠 행사를 후원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자 전 전 수석은 “재승인 때문에 고생하셨다”며 더 이상 롯데홈쇼핑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 전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전 전 수석은 같은 해 6월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강 전 대표를 다시 만나 500만원 상당의 ‘KB국민 기프트 카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카드는 전 전 수석의 아내와 딸, 아들이 골프장과 음식점, 화장품 매장 등에서 골고루 나눠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 전 수석은 같은 달 말 윤 전 비서관으로부터 롯데홈쇼핑이 협회에 내기로 한 후원금 협의 경과를 재차 보고받았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이 협회에 후원금 3억원을 낸 온라인게임대회 ‘케스파(KeSPA)컵’이 열린 달인 다음달 1일 국회에서 갑자기 백수오 환불사태와 관련해 롯데홈쇼핑을 “착한 홈쇼핑”이라고 칭찬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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