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도 봉사와 헌신의 도구로 쓰여질 수 있어요"

입력
2014.06.30 20:00

육군 첫 여성 군종장교 임관 명법 스님

사상 첫 여성 군종장교가 된 명법 스님이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임관 신고식을 마친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상 첫 여성 군종장교가 된 명법 스님이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임관 신고식을 마친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최초’라는 수식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습니다. 그저 손길 닿고 발길 머무는 곳에서 장병들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30일 서울 조계종 총무원장실에서 진행된 신임 군승 장교 임관 신고식에 특별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여성 군종 장교로 임관한 명법스님(34ㆍ세속명 신민기)이 자승스님을 예방하고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어깨엔 중위 계급장이 어엿하게 올려져 있었다. 국방부가 지난해 7월 군종 병과를 여성 종교인에게도 개방하기로 하면서 명법스님은 1968년 군종 제도 도입 이래 불교, 기독교, 천주교를 통틀어 첫 여성 군종 장교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지난 4월부터 9주간의 훈련기간을 거쳐 지난달 27일 정식 임관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그는 ‘인연’이라고 했다. 스님은 “이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그 또한 모르겠다”며 “그저 주어진 봉사라는 감사한 인연에 닿았다”고 했다. 3일부터는 전방 서부전선의 병원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전방에 배치돼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명법스님은 “흔연한 마음으로 지원했을 뿐 앞으로 오게 될지 모를 힘들고 고된 일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담담히 심경을 전했다.

사실 수행자로써 살상무기를 다루는 군사교육이 달갑지 않을만 했다. 명법스님은 “손에 잡았던 무기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도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며 고뇌의 흔적을 내비쳤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불거졌던 ‘임 병장 사건’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장병들에게 무기가 침략하거나 남을 해치는 나쁜 곳에 쓰이는 게 아니라 봉사와 헌신하는 도구로 쓰여질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싶습니다.”

교육과정 중에는 수류탄 던지는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명법스님은 “평소에 물건을 던질 기회가 없었는데 위험한 수류탄을 던지게 돼 걱정을 많이 했다”며 “훈련 동료인 군신부님 등이 팔을 걷고 도와 주셔서 최선을 다해 던질 수 있었다”고 말해 교육을 무사히 수료한 공을 주변에 돌렸다. 명법스님은 지난 9주 동안 64명의 남성 군종장교들(군승 13명, 군목 39명, 군신부 12명)과 똑같이 체력 훈련은 물론, 화생방, 유격 훈련 등 고된 군사 훈련을 받았다.

생전 처음 입는 군복이 아직 어색해 장삼이 편하다면서 웃는 명법스님은 “실제 자대에서는 군복보다는 승복을 입고 생활할 시간이 더 많을 것 같다”며 “고된 훈련과 팍팍한 단체 생활로 심신이 힘든 장병들을 포근한 마음으로 어루만지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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