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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한, 오지랖 넓은 중재자”… 文, 역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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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설득해달라’는 메시지를 미국에서 받아온 정부가 난감한 상황이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하지 말라’며 쓴소리를 하면서다.
1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회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은 남조선(남한) 당국에 ‘속도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 합의 이행을 저들의 대조선 제재압박 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로 말미암아 우리 앞에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어떤 난관과 장애가 가로놓여도 민족의 총의가 집약된 북남 선언들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철저히 이행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촉진자를 자임해온 정부를 향해 ‘북한 편에 서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우리민족끼리’를 노골적으로 강조한 만큼, 문재인 정부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에서 11일(현지시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남북 정상회담, 남북 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북미 협상 중재 또는 촉진 계기를 부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역할 자체에 김 위원장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상황에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이나 특사 파견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을 보여달라고 김 위원장이 강조한 것은 한미 공조를 강조하며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상징적’으로만 추진해온 정부에 대한 불만이자, 동시에 향후 더욱 적극성을 띠라는 압박으로도 읽힌다. 김 위원장은 “북남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자면 적대적인 내외 반통일, 반평화 세력들의 준동을 짓부셔버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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