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거절하기도…" 소액 기프티콘 선물이 부담스러운 교사들

입력
2015.05.15 04:40

경기 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27ㆍ여)씨는 지난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한 학부모로부터 기프티콘으로 2만원 상당 케이크 선물을 받았다. 비록 소액이지만 선물 받은 것이 부담이 됐던 A씨는 곧바로 이 학부모에게 케이크에 상응하는 금액의 전통차 한 박스를 기프티콘으로 보냈다. A씨는 “시간 날 때 먹으라며 갑자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선물이 날아왔다”며 “작은 액수라 바로 거절하기 애매해 일단 받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프티콘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결제하면 오프라인 상점에서 해당 품목으로 바꿀 수 있는 일종의 쿠폰. 온라인에서 선물하는 것도 가능해 담임 교사에게 줄 선물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손쉬운 전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기프티콘은 커피, 상품권 등 가격대별로 품목이 다양하고 교사의 집 주소를 수배해 택배를 보내거나 타인의 눈을 피해 아이 편으로 선물을 부치는 번거로움을 해소해준다. 결제가 간편하고 실시간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아무 것도 보내지 말라고 해도 스승의 날만 되면 여기저기서 선물한다는 소리가 나오니까 기프티콘으로 작은 성의라도 표시해야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학부모의 이런 심리를 파고 들어 일부 온라인 기프티콘 판매점은 스승의 날을 맞아 특별 할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촌지 논란에 민감한 교사들 입장에선 기프티콘이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음료 한 잔이라도 특정 아이를 잘 봐달라는 뇌물로 비칠까 봐 부담되지만, 소액이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전모(28ㆍ여)씨는 “작은 금액이지만 모바일 메신저 상에서는 받은 기록이 남는다”며 “정성은 고맙지만 학부모로부터 일절 선물을 받지 말라는 지침을 어길 수도 없어 매번 난처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을 포함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통해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 1인당 3만원 이내 간소한 음식물 또는 통신ㆍ교통 등의 편의를 제외하고는 직무관련자로부터 어떤 금품이나 선물도 받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즉석에서 수신거부가 어려운 점도 교사 입장에서 골칫거리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메신저 카카오톡의 경우 선물이 도착해도 즉석에서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직접 보낸 이에게 연락해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고객센터를 통해 거절 의사를 밝힌 뒤 고객센터가 송신자에게 전화해 취소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선물을 안기는 행위는 소액의 기프티콘이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물질적 선물을 아예 배제하고 감사편지 등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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