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드림팀 다시 뽑아라/전상돈 체육부장(광화문)

입력
1998.10.13 00:00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야구대표팀이 확정되자 언론은 「드림팀」이라고 명명했다. 한국야구사상 처음으로 아마대표팀에 프로선수들이 합류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드림팀의 원조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 농구대표팀이다. 프로들의 올림픽 참가를 허용하자 미국은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등 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꿈에서만 가능했던 프로들의 대표팀 구성이 현실화하자 이를 두고 「드림팀」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들은 물론 상대를 초등학생 다루듯 하며 간단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야구대표팀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LA다저스)를 비롯한 프로선수 12명을 합류시켜 드림팀의 면모를 갖췄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특급 소방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동렬과 야구 천재 이종범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던 이승엽도, 올시즌 타격왕 양준혁과 최우수 신인 김수경도 찾아볼 수 없다. 드림팀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드림팀은 아닌 것이다.

드림팀은 환희보다 불쾌감을 준다. 12명의 프로대표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야구를 잘하지만 한결같이 「병역 미필자」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선수들인 선동렬 이종범 이승엽 김수경등은 분명 대표선수감이지만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받아 드림팀의 전제조건(?)이 된 「병역 미필」에 미달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구성한 것이다. 이쯤되면 우승보다는 보너스잔치가 주목적이다. 스포츠를 군면제의 도구로 삼았다는 발상 자체에 울화가 치민다. 물론 스포츠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고 보너스로 군 면제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목적이라면 스포츠의 본질이 망각되고 훼손당하는 꼴이다.

아마야구 협회는 과연 아시안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프로선수 몇 명을 적당히 끼워서 나가면 우승하는 동네대회쯤으로 여기는 것일까. 프로구단의 치열한 로비전등 각종 소문이 난무한 가운데 프로대표 전원을 군 미필자 가운데서 뽑은 것만 보면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승은 떼논 당상일까. 스포츠에서는 장담이 있을 수 없다. 피땀 흘려 대비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차분히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한국과 우승을 다툴 후보는 대만과 일본이다. 대만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를 포함한 12명의 프로를 합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사회인야구(실업야구)와 대학야구선수를 주축으로 팀을 구성한다. 하지만 일부 사회인야구선수는 일본 프로 수준으로 결코 녹록치 않은 기량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과는 더블리그로 치르는 예선에서 각각 두차례씩 격돌하고 결승에 오를 경우 4강전을 포함해 서너차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야구에서는 나무배트보다 반발력이 월등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메이저리그 15승의 박찬호라도 알루미늄 배트앞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국내 최고의 아마선수와 내로라하는 기량을 갖춘 12명의 프로선수들의 실력을 평가절하하는 게 아니다. 병역 미필자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할 것이며 이들의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우승 할 수 있음을 믿고 싶다.

그러나 「병역 미필자」라는 암묵적 선발 기준은 분명 잘못됐음을 지적한다. 위기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고 여기에 「군필, 미필」이 있을수는 없다. 토끼 한 마리를 잡을때도 사력을 다하는 호랑이의 위용을 갖춰야 한다. 결과가 나빴을 때 보너스잔치를 먼저 펼친 협회에 쏟아질 비난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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