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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말하는 법을 가르친다' AI 훈련사 '쏘카인드' 개발한 배수정 크디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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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는 분야가 고객상담이다. 수많은 이용자들의 다양한 불만과 불편사항을 응대하는 일은 만만찮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고객센터의 담당 직원들을 교육하지만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고객센터 직원들에 대한 교육은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한다. 직원을 모아 놓고 실시하는 집체 교육이나 강의 영상을 틀어주는 인터넷 교육이다. 그렇다 보니 교육받는 직원들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교육이 잘됐는지 평가도 어렵다. 그만큼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
이를 눈여겨본 신생기업(스타트업) 크디랩의 배수정(35) 대표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쏘카인드'를 개발해 답보 상태에 머물던 고객센터 교육에 혁신을 꾀했다. 그가 개발한 쏘카인드는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AI다. 1 대 1 맞춤 교육과 평가로 교육효과를 끌어올린 덕분에 벌써 30개 기업이 도입했다. 처음으로 고객상담을 가르치는 AI를 선보인 배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2021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크디랩을 창업한 배 대표는 친절하고 전문적인 직원을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쏘카인드를 개발했다. "기업의 고객상담센터와 영업직원들이 응대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AI를 개발했어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로 제공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고객상담 훈련을 받을 수 있죠."
교육은 AI 가상인간을 이용한 모의 훈련 형태로 이뤄진다. "직원들이 앱을 실행하면 소속 회사의 교육 내용 목록이 나타나요. 여기서 상담 상대자를 가상인간과 문장 중 선택할 수 있죠. 이어서 벌어지는 특정 상황에 맞춰 기업이 제시한 내용으로 적절하게 상담하면 돼요."
업종과 업무에 따라 제각기 다른 교육 내용은 기업에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관리자 기능에서 대본 쓰듯 교육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훈련 내용으로 바꿔줘요. 직원들이 프로그래밍을 몰라도 교육 내용을 쉽게 만들 수 있죠."
고객 응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적인 내용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기뿐 아니라 밝은 표정, 믿음을 줄 수 있는 안정적 시선 처리와 자세 등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직원들에게 일일이 표정 훈련까지 시킬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쏘카인드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직원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말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직원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며 말하는 모습을 계속 확인하고 영상으로 녹화할 수도 있죠. 실제로 노련한 보험설계사들은 자신의 말하는 모습을 촬영해 점검해요."
교육이 끝나면 1분 뒤 AI가 분석과 평가를 거쳐 고쳐야 할 점을 알려준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직원과 기업에 전달된다. 따라서 집체 교육이나 인터넷 교육에서 불가능했던 1 대 1 맞춤 교육이 가능하고 교육 효과 또한 확인할 수 있다. "교육생이 말한 내용과 목소리 높낮이, 말하는 습관, 표정, 자세 등을 AI가 분석해요. 교육생의 시선이 어디를 향했는지, ‘아, 저, 그, 음’ 등 추임새 종류와 사용 빈도까지 점검하죠. 모 보험사에서 추임새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줘서 이를 반영했어요."
AI가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한 분석 내용은 놀랍도록 세세하고 구체적이다. 표정은 아이콘과 함께 '딱딱함 62%' 식으로 표시한다. "시선 처리가 불안하다, 음성이 3옥타브 도로 너무 높다, 습관적으로 '그…'라는 말을 몇 회 사용했다 등등 구체적으로 알려줘요. 시선 처리는 360도 원그래프를 그려서 어느 각도로 몇 회 향했는지 보여주죠. 심지어 아나운서들이 활용하는 초당 음절수(SPS)를 기준으로 말하는 속도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보통 5SPS가 표준이죠."
이처럼 AI가 세세한 교육과 분석을 위해 상담 직원들의 영상 10만 건을 학습했다. "각종 상담 영상과 음성 자료, 교재 등을 구입하거나 정부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했어요."
배 대표는 이를 토대로 개발한 쏘카인드 기술을 지난해 특허 등록했다. "서비스 직원의 훈련과 평가 방법에 대한 기술 및 사업 방식이 결합된 특허죠."
여기에 실제 상담 현장을 평가하는 기능도 검토 중이다. "고객센터 상담 직원의 실제 응대 상황을 평가해 재교육하는 과정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에요. 훈련 때 잘하다가 실제 상담에서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상담 직원을 많이 거느린 보험사 등 일부 기업들은 분쟁 대응을 위해 상담 내용을 모두 녹음해 보관하고 있어요. 이를 AI로 분석해 재교육하면 실제 상담 현장의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죠."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이 아닌 AI에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는 방식이 효과적인지 의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배 대표는 가격 대비 성과, 즉 효과 측면에서 AI의 만족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사람에게 1 대 1로 훈련받으면 더 좋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죠. 그래서 기업들이 집체 교육과 인터넷 교육을 실시하는데 효과가 떨어져요. 이 때문에 개인이 돈을 들여 말하기 훈련을 받는 영업직원들도 있어요. AI는 적은 비용으로 교육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어 기업과 직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죠."
평가에 주관성이 반영되지 않는 것도 AI의 장점이다. "AI는 친분 관계나 인상 등 직원 개인에 대한 호불호와 인정이 개입하지 않아 객관적으로 평가해요."
이런 장점 때문에 DB손해보험, 현대씨앤알, 청호나이스 등 30개 기업이 쏘카인드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서울의 일부 구청 등 민원에 시달리는 관공서에서도 사용한다. "SK텔레콤도 올 들어 자회사인 2개 서비스센터의 쏘카인드 이용 계약을 했어요. 덕분에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SK텔레콤 지원을 받아 참가했어요."
MWC에서 영어판으로 선보인 쏘카인드는 전 세계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 화웨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보고 신기하다며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해외 기업들도 상담사를 대신해 대화형 로봇(챗봇) 소프트웨어나 AI를 도입하지만 사람처럼 정교한 상담을 못하다 보니 상담사 교육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죠."
매출은 쏘카인드 이용료를 통해 올린다. 쏘카인드는 인터넷 구독형 서비스(SaaS)여서 다달이 이용료를 받는다. 이용료는 직원 숫자에 따라 다르다. "지난해 3억 원 매출을 올렸어요.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 원입니다."
투자는 지난해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2억여 원을 받았다. "사업준비자금(시드) 투자를 받았죠. 올해 추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입니다."
명지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배 대표는 CJ올리브영에서 암행 소비자(미스터리 쇼퍼)로 1년간 일했다. "손님을 가장해 매장의 고객 응대 등 서비스 품질을 점검하는 일을 했어요. 그때 경험이 쏘카인드 개발에 도움 됐죠."
이후 여행 스타트업 트래블오션의 창립멤버로 참여해 4년간 일했다. "학원 다니면서 이용자환경(UI)과 이용자경험(UX) 관련 디자인 및 개발을 배우고 트래블오션에 디자이너로 합류해 서비스 기획과 운영을 총괄하는 경영실장까지 했어요. 이후 내 일을 하고 싶어 퇴사해 크디랩을 창업했죠."
창업 후 여성 스타트업 대표로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스타트업 가운데 여성 대표가 7%에 머물러요. 그렇다 보니 금융권 등에서 여성 사업가에 대한 편견이 존재해요. 대출상담 받으러 가면 결혼 여부와 남편도 없는데 사업이 안 되면 책임질 사람이 누가 있는지 등등 남자 대표들에게는 묻지 않는 질문을 하죠."
앞으로 그는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생각이다.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경쟁 서비스를 보지 못했어요. 올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우선 MWC에서 시험판을 선보인 영어판을 올해 중 개발 완료하고 일본판도 만들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해외에 나가야죠."
장기적으로 쏘카인드가 전 세계 기업들의 친절도를 알려주는 지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맛집 지표 역할을 하는 미슐랭 가이드처럼 쏘카인드 도입 표시가 친절한 기업이라는 검증처럼 쓰였으면 좋겠어요."
그는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부정적 우려도 비껴갈 수 있다고 장담한다. "쏘카인드는 상담직이나 영업직원들의 역량을 높여서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AI죠. 그런 점에서 챗봇이나 AI 상담사와 달리 일자리를 줄이지 않아요. AI로 사람을 편리하게 해주는 착한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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