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제가 짜고 '80억대 전세사기'... 둘 다 실형 선고

입력
2024.05.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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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로 보증금 돌려막기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뉴시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뉴시스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자기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것) 방식우로 전세 보증금 수십억 원을 가로챈 사촌형제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와 이모씨에게 8일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사촌 관계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범 장모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보증금이 사실상 재산의 전부였던 피해자들은 (범행으로) 주거 안정을 크게 위협받고 큰 정신적·경제적 고통도 겪어야 했다"고 질책했다.

이들은 2019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강서∙양천구 등지에서 전세 보증금을 받고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동산 중개 보조원이었던 김씨와 장씨는 임차보증금을 매매대금보다 비싸게 받으면 자기자본 없이 차액을 남기는 게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제안을 받은 이씨도 범행에 가담했다.

범행은 철저한 역할 분담 아래 이뤄졌다. 김씨와 장씨가 대상 주택과 임차인을 찾아오면 이씨가 임대인이 돼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었다. 계약 만기 땐 후속 임차인의 보증금을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막기'로 지급했다. 그렇게 10개월 동안 사촌형제들에 의한 피해금액은 81억여 원으로 불어났고 장씨도 55억5,000여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씨와 이씨는 파산신청까지 계획하는 등 다분히 고의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장씨는 이 사건을 주도했던 것으로 보임에도 김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태도가 불량하다"면서 "일부 주택은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에 비춰 유리한 요소로 참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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