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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간 고마웠습니다" 나훈아, 마이크 내려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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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만두는 게 서운합니까? (관객이 큰 소리로 '네' 하고 답하자) 그래서 그만두는 겁니다. 서운해하지 않으면 제가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박수 칠 때 떠난다는 게 쉬울 줄 알았는데 제 혼이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진짜로 혼자 힘들었습니다."
'가황' 나훈아(77)가 57년의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며 팬들 앞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마지막 콘서트 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의 포문을 연 그는 오후 7시 30분 시작한 이날의 두 번째 공연에서 "앞으로 피아노 앞에 절대 앉지 않을 것이고 기타도 절대로 안 만지고 책은 봐도 글은 절대 안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객석 곳곳에선 "아직 쌩쌩한데", "안 돼" 하는 탄식이 이어졌다.
공연 시작 시간을 어긴 적이 거의 없는 칼같은 정확성은 여전했다. 스스로가 데뷔 시점으로 규정한 1967년부터 2024년까지 달리는 영상을 통해 포문을 연 도입부에서, 나훈아는 '고향역'을 시작으로 '18세 순이'까지 여섯 곡을 쉼 없이 부르며 매 곡 사이에 옷을 갈아입었다.
이날 오후 3시 첫 공연에서 2시간여 동안 관객과 호흡한 나훈아는 저녁 7시 30분 공연에서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약 2시간 30분 동안 22곡을 불렀다.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기 때문에 무조건 잘할 것"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단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은 단단하면서도 간드러지는 가창에 관객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체인지' '고향으로 가는 배' '가시버시' '물레방아 도는데' '홍시' '무시로' '테스형' 등 오랜 히트곡과 신곡이 교차됐다. 고전 가요인 '울어라 열풍아', '황성옛터', 팝 명곡 '마이 웨이' 등 커버곡도 불렀다. 그는 "유튜브에 내 보고 내년에 죽는다고 어떤 점쟁이가 그라드라고, 또 어떤 점쟁이는 내한테 아픈 게 보여서 그만두는 거라 했다"면서 지난 2월 병원에서 했다는 혈액검사 결과를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그러면서 "25가지 (항목) 중 (건강 이상을 의미하는) 빨간 글자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2020년 KBS 공연에서 '위정자' 발언으로 수많은 억측을 낳았던 그는 이날 "(정치인들) 하는 짓거리들이 성질나서 이젠 뉴스도 안 본다"며 정치권을 꼬집기도 했다. 첫 공연에선 "북쪽의 김정은이라는 돼지는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말거나 살이 쪄 가지고 혼자서 다 한다"면서 "북한은 이상한 집단이지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팬들의 박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은퇴 후엔 "안 해본 것 해보고 안 먹어 본 것 먹고 살겠다"면서 "여러분도 미루지 말고 꼭 그렇게 하시라"고 당부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다수인 관객은 일찌감치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가족 관객도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남성 관객은 "예매로는 표를 못 구해 배의 웃돈을 주고 겨우 구했다"고 했고, 50대 부부 관객은 "두 딸이 컴퓨터 1대, 태블릿PC 1대, 휴대전화 2대를 동원해 표를 구해 줬다"고 말했다. 팬들은 한목소리로 나훈아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50여 년간 팬이었다는 정혜자(67)씨는 "인간적이고 솔직하며 당당하고 남자다운, 다시 나올 수 없는 최고의 가수"라면서 "예전과 목소리가 똑같은데 은퇴라니 이젠 삶의 낙이 없어졌다"고 탄식했다.
나훈아는 27, 28일 인천 공연 이후 청주, 울산, 창원, 천안, 원주, 전주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예매가 시작된 13회 공연은 금세 매진됐다. '고마웠습니다' 투어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진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일부 주요 도시 공연 일정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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