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신규 보유’ 금지인데.. 동물단체 "거제씨월드, 법 무시하나"

입력
2024.04.25 09:00

돌고래가 연이어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경남 거제시 소재 수족관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 증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수족관 내 증식은 위법행위로 정해져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돌고래가 연이어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경남 거제시 소재 수족관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 증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수족관 내 증식은 위법행위로 정해져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최근 돌고래가 연달아 폐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비판을 받고 있는 수족관 ‘거제씨월드’에서 새끼 돌고래가 최근 태어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동물단체는 현행법상 신규 돌고래 보유가 금지된 만큼 유관 기관이 사법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양동물단체 ‘핫핑크돌핀스’가 23일 내놓은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 2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거제씨월드에서 새끼 돌고래 한 마리가 새로 태어났습니다. 이 새끼 돌고래의 어미는 거제씨월드가 2022년 제주도 수족관 ‘퍼시픽리솜’에서 반입한 큰돌고래 ‘아랑’으로 알려졌습니다. 거제씨월드는 당시 아랑과 함께 큰돌고래 ‘태지’도 반입했는데, 해양보호생물인 큰돌고래는 사육장소를 옮기기 전 해수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는 이 허가 절차 없이 ‘무단 반출’ 논란을 빚어 현재 재판을 받는 중입니다.

지난 2일 태어난 새끼 큰돌고래의 모습.(노란색 원) 이 돌고래는 지난 2022년 거제씨월드에 들어온 큰돌고래 '아랑'의 새끼로 알려졌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2일 태어난 새끼 큰돌고래의 모습.(노란색 원) 이 돌고래는 지난 2022년 거제씨월드에 들어온 큰돌고래 '아랑'의 새끼로 알려졌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수족관에서 고래가 태어나면 수족관은 반드시 환경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에 거제씨월드의 신고를 받은 낙동강유역환경쳥은 9일 ‘국제적 멸종위기종 인공증식 증명서’를 발급했습니다. 과거의 전례에 비춰 봤을 때 자연스러운 일 처리였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거제씨월드에서 새끼 돌고래가 태어났을 때 같은 절차를 거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와 지금 시점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적용하는 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지난해 12월부터 개정돼 시행 중입니다.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 15조(금지행위) 2항에 따르면 수족관은 고래목을 보유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고래류 동물에 대해서는 법을 소급 적용하지 않아 수족관은 기존에 보유한 돌고래들을 계속 사육할 수 있습니다.

‘신규 보유’에 대한 법적 정의도 명확합니다. 고래류 동물을 수입하는 행동뿐 아니라 새로 태어나게 하는 것도 금지됐다는 뜻입니다. 같은 법 2조에 따르면 ‘보유동물’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유동물’이란 동물원 또는 수족관이 소유하고 있거나 임대∙위탁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동물을 말한다. 이 경우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서 증식된 동물을 포함한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6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동그람이에 “거제씨월드는 성적 성숙이 시작된 암수 돌고래를 같은 수조에 놓고 사육하고 있다”며 “고래류 동물의 임신 가능성도, 돌고래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게 위법한 행위인 것도 몰랐을 리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성명을 통해 “거제씨월드의 반복되는 법 규정 위반과 행정기관의 권고 무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관할 지자체인 경상남도는 영업중단 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고발해 법이 정하는 대로 처벌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 30조에 따르면 신규 보유 금지 조항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23년 7월 태어난 새끼 큰돌고래의 모습. 이 새끼 큰돌고래는 어미 돌고래 '마크'가 낳았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2023년 7월 태어난 새끼 큰돌고래의 모습. 이 새끼 큰돌고래는 어미 돌고래 '마크'가 낳았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거제씨월드의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경남도청 관계자는 동그람이에 “고래류 신규 금지 보유 조항에 대해 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라며 “위법성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을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응하는 행정조치도 고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수족관에 남아 있는 고래류 동물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그 우려에 공감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위법한 사실이 드러나 거제씨월드가 처벌을 받은 뒤에도 문제는 남습니다. 현행법상 위법하게 태어난 신규 고래류 동물의 행보가 법적으로 정해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에는 위법하게 태어난 돌고래를 몰수할 규정이 없다”며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몰수 규정을 신설해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를 전시 등에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 위반 논란에 연이어 휩싸인 거제씨월드에 대해 관계 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