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외교의 어제와 오늘

입력
2024.04.1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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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판다 외교

지난해 8월 얼음을 선물 받아 한껏 신난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푸바오. 뉴스1

지난해 8월 얼음을 선물 받아 한껏 신난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푸바오. 뉴스1


곰은 예로부터 애니미즘적 정령으로 의인화되곤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테디 베어'의 인기나 그린피스의 홍보대사가 된 북극곰, 최근 한국을 떠난 판다곰 '푸바오'에 대한 국민적 애틋함에 저 정서의 관성이 있을지 모른다.

세계 언론은 지난 2월 중국이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판다 외교 재개’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판다 외교는 1972년 리처드 닉슨의 국빈 방문 직후 중국이 판다 한 쌍을 미국에 보내면서, ‘핑퐁 외교’란 말과 더불어 쓰이기 시작됐다. 그해 4월 16일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판다 암수 링링과 싱싱 커플은 각각 1992년과 99년 숨질 때까지 미중 데탕트의 상징으로 사랑받았다. 미국이 답례로 중국에 선물한 사향소 암수 마틸다와 밀턴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둘은 각각 1975년과 80년에 죽었다.

친선을 위해 진귀한 동물을 주고받는 예는 과거에도 드물지 않았다. 판다 외교도 문헌에 따르면, 7세기 중국 당나라 시대부터 이어져 왔다. 1941년 중국 국민당 장제스 총통의 아내 쑹메이링은 판다 한 쌍을 미국에 선물하며 최대 우군이던 미국의 협력과 지지를 청했고, 50년대 마오쩌둥도 구소련과 북한 등 공산주의 맹방에 판다를 선물했다.

중국은 1984년 덩샤오핑의 지시로 판다 외교를 무상 선물이 아닌 유상 임대 방식으로 전환했고 91년 이후 '10년 임대' 원칙을 확립했다. 1975년 발효된 멸종위기동식물교역에관한국제협약(CITES)에 따라 판다 외교는 시빗거리가 되기도 했다. 협약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포획과 채취, 보관, 반출입, 훼손 등 행위를 금한다. 일련의 국제소송 끝에 판다 외교는 임대료 절반 이상을 야생 판다 서식지 보호활동 등에 쓰는 조건으로 허용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6년 판다를 멸종위기종에서 취약종으로 재분류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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