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3000만 톤씩 사라지는 그린란드 빙하... 지구 숨통 위협

입력
2024.01.18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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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팀 "녹은 빙하, 추정보다 20% 더 많아"
해류 순환 체계 붕괴 위험 "극한 기후 불가피"

그린란드 쿨루스크 인근에 떠다니는 빙하의 모습. 2019년 8월 촬영된 장면이다. 쿨루스크=AP 뉴시스

그린란드 쿨루스크 인근에 떠다니는 빙하의 모습. 2019년 8월 촬영된 장면이다. 쿨루스크=AP 뉴시스

북극 근처 그린란드에서 애초 알려진 것보다 20%나 많은 양의 빙하가 녹아 없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0년대 들어 해빙에 가속도가 붙은 결과 그린란드에서 사라진 빙하만 시간당 3,00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단적 해수면 상승 재앙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과학계의 경고가 잇따른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산호세주립대 등 미국 공동 연구진은 그린란드에서 이제껏 알려졌던 양(약 5조 톤)의 20%인 1조 톤 이상의 빙하가 추가로 녹아 없어졌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빙하 1조 톤은 대략 미국 맨해튼 전체 면적을 뒤덮고도 남을 양이라는 게 NYT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지난 37년(1985~2022년) 동안 그린란드 빙하 끝 점(가장자리) 위치가 표시된 위성사진 23만6,000여 장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빙하가 녹는 속도는 지구 온난화 추세를 보여주는 척도다. 연구진은 2000년대 초반부터 빙하가 녹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봤다. 2003년 이후 그린란드에선 매년 약 2600억 톤에 달하는 양의 빙하가 녹아 없어졌는데, 이는 빙하가 시간당 평균 3,000만 톤씩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해 8월 그린란드 동부 스코어스비 사운드 피오르드를 따라 수백 m에 달하는 빙산이 표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그린란드 동부 스코어스비 사운드 피오르드를 따라 수백 m에 달하는 빙산이 표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문제는 빙하가 녹으면 단순히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는 걸 넘어 지구의 숨통이라 할 온도 조절 기능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닷물 흐름을 뜻하는 해류의 순환 시스템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이 붕괴되면서다.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열 순환을 돕는 해류가 약해져 AMOC 붕괴로 이어질 경우 극한 한파나 강우 패턴 교란 등 이상 기후가 불가피하다.

과학계는 그린란드에서 녹은 빙하가 AMOC에 미친 영향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린란드의 지속적 빙하 손실이 향후 50년 동안 AMOC 기능을 15% 떨어뜨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린란드의 특정 부분이 아닌 빙하 전반이 녹아 없어지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나사 JPL의 채드 그린 박사는 "그린란드는 기후 변화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다"며 "(수십 년간) 거의 모든 그린란드 빙하가 (해빙) 영향권에 들었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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