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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국 등지게 만드는 '덤핑 관광' 손본다… 옴부즈맨·표준계약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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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본격적인 한국 방문을 앞두고, 서울시가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문제 해결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 삶의 질이 떨어지고 마을을 등지고 있다는 한국일보 연재물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기사 내용에 공감하며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76%가 서울에 몰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서울시가 준비 중인 대책은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오버투어리즘 해소 대책으로 ①서울형 관광표준계약서 도입 ②관광 옴부즈맨 설치 ③지역 관광 안테나숍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버투어리즘 발생 원인으로 싸구려 덤핑 관광과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집중 현상을 지목했다. 덤핑 관광 상품은 중국이나 베트남, 동남아에 자리 잡은 현지 여행사가 정상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여행객을 모은 뒤, 한국 여행사에 돈을 받고 손님을 넘기는 구조다.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지갑을 털린다. 한국 여행사들은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 가이드를 압박해 서울 북촌 한옥마을 등 입장료가 없는 관광지에 외국인들을 풀어놓는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지는 관광객들의 방문에 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 사생활 침해 등 심각한 고통을 겪는다.
외국 관광객들은 무료 관광지에 잠시 머무른 뒤 쇼핑센터로 끌려가 정상가보다 5, 6배 비싼 물건을 강제로 사게 되고, 물건을 사지 않으면 쇼핑센터 안에 감금되기도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은 오버투어리즘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된다.
서울시는 덤핑 관광 상품을 판단하기 위한 법률적 기준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덤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관리 감독이 어려웠기 때문에 구체적 관리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 상품 가격과 관광 일정 및 장소, 쇼핑 일정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덤핑 관광 상품 근절을 위해 관광표준계약서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여행사와 가이드, 호텔, 버스회사 등 여행업계 의견을 모아 수수료와 상품 가격, 서비스 제공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행업계가 상품 수준과 가격을 합리적으로 유지하면 저가 출혈 경쟁도 없어지고 상품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쇼핑 할당액을 채우거나 여행사에 상납금을 내야 했던 가이드 처우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또 관광 옴부즈맨을 통해 업계 자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옴부즈맨은 관광표준계약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덤핑 관광이 활개치고 있는지, 관광객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지 살펴보게 된다. 시는 올해 안에 전문기관을 통해 옴부즈맨 설치를 위한 용역을 진행한다. 옴부즈맨에게 필요한 자격 요건을 정하고 어떤 권한을 얼마만큼 부여할지도 논의한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부산이나 제주도 등 지역 관광지를 소개해주는 안테나숍도 설치된다. 서울시는 한국이 KTX, 버스, 항공 등 교통체계가 잘 갖춰진 하루 생활권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을 지방으로 분산해 오버투어리즘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광 수입은 줄어들 수 있지만, 관광객의 국내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전체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시의 분석이다. 서울시는 조만간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에 안테나숍을 우선 설치할 예정이다.
여행업계는 서울시가 마련한 정책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덤핑 상품을 감독하면 마을형 관광지에 무분별하게 외국인들을 풀어놓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관광업계의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면 오버투어리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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