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2심도 실형..."130명에 심한 박탈감 야기"

입력
2021.09.24 20:00
수정
2021.09.24 20: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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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혐의 무죄 반전되면서 6개월 감형
신미숙 전 靑비서관도 징역 1년으로 줄어
재판부 “임추위 공정성 해치고 불신 야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인 2019년 4월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3차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인 2019년 4월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3차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65) 전 환경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이 인정했던 혐의 일부가 무죄로 바뀌면서 형량이 6개월 줄어들었지만, 김 전 장관이 임원 물갈이를 위해 사표를 받아내는 등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실체는 변함없이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 김용하 정총령 조은래)는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신미숙(54)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도 1심 형량(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보다 낮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신청한 보석청구도 기각했다.

김 전 장관 등은 2017년 말~2019년 초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을 갈아치우기 위해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고 실제 13명에게 사표를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됐다. 임원들이 대거 사표를 제출한 뒤, 청와대와 환경부가 미리 점찍은 내정자들로 공석을 채우고자 서류·면접심사에서 특혜를 준 혐의도 더해졌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청와대 내정자를 공공기관 임원에 임명하기 위해 (기존) 임원들로부터 사표를 징구하고, 제출을 거부하면 표적 감사를 벌였다”며 “내정자에게만 각종 지원을 하는 등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공정성을 해쳤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임원 공모에 지원한) 130명에게 심한 박탈감과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일부 직권남용 혐의’‘위계·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전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사표를 낸 임원 13명 중 12명에 대한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죄를 유죄로 판단했는데, 항소심은 4명에 대해서만 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사표 제출 당시 이미 임기만료였거나, 연임 통보를 못 받고 퇴임 준비 중이었던 점 등에 비춰 김 전 장관 지시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직을 이용, 내정자들에게 특례를 주도록 임추위에 지시했다는 혐의(위계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도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환경부 공무원을 통해 내정자의 서류·면접심사를 도와주게 해 최종 후보자가 되도록 한 건 맞다”면서도 ‘내정자가 통과 못할 경우 (공무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는 등 위력과 위계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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