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살해' 美 경관, 22년 6개월 징역형 '가중처벌'

입력
2021.06.26 10:54
수정
2021.06.27 17: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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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찰 직위 남용, 잔인성" 지적하며 가중처벌
플로이드 측 "경찰 폭력 심각성 받아들여져" 평가
쇼빈 "유족에 애도 표한다"… 美 언론 "항소할 듯"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25일 미네소타주 헤너핀파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해 판사의 선고를 듣고 있다. AP통신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25일 미네소타주 헤너핀파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해 판사의 선고를 듣고 있다. AP통신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관 데릭 쇼빈에게 22년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은 25일(현지시간) 열린 공판에서 "쇼빈은 존중 없이 플로이드를 다뤘고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품위를 박탈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30년형에는 못 미치지만, 쇼빈 측이 주장한 가석방보다는 훨씬 무거운 중형이다. 미네소타주 법에 따라 쇼빈은 형량의 3분의 2인 15년을 복역한 후, 남은 7년 6개월은 가석방될 수 있다. 피터 케이힐 판사는 “이번 판결은 감정이나 여론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가족, 특히 플로이드 가족이 느끼는 깊고 엄청난 고통을 인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쇼빈은 4월 2급 살인과 3급 살인, 2급 과실치사 혐의로 이미 유죄 평결을 받았다. 쇼빈은 최대 40년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미네소타주 법은 다른 전과가 없을 경우 각 살인 혐의에 대해 최대 징역 12년 6개월을 선고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케이힐 판사는 △쇼빈이 신뢰와 권위에 대한 직위(경찰직)를 남용했고 △플로이드를 특별히 잔인하게 다뤘으며 △범행 과정을 어린이들이 지켜봤고 △최소한 3명의 적극적 가담자와 함께 집단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가중 처벌했다.

케이힐 핀사는 “플로이드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쇼빈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제압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과정은 다른 2급ㆍ3급 살인, 또는 2급 과실치사 사건보다 훨씬 길고 고통스러웠다”고 지적했다.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25일 열린 재판에서 2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직후 시위대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25일 열린 재판에서 2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직후 시위대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기념재단’을 설립한 플로이드의 동생 브리짓 플로이드는 성명을 통해 “경찰 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며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흑인과 유색인종이 이 나라 법 집행기관에서 공정하게 대우받기 위해 많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평했다.

쇼빈은 판결에 앞서 “플로이드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재판을 받는 동안 증언을 거부했던 그가 처음으로 재판정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쇼빈의 어머니 캐롤린 폴렌티는 “아들은 자신의 삶과 시간을 경찰서에 바쳤다”며 “나는 아들의 결백을 믿어 왔고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후 쇼빈은 미네소타 교정시설인 오크파크 하이츠 교도소의 격리수용 구역에 수감됐다. 미 언론은 쇼빈이 조만간 항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쇼빈은 지난해 5월 25일 플로이드를 위조지폐범으로 오인해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를 엎드리게 한 뒤 무릎으로 목을 9분 29초간 짓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하다 의식을 잃는 모습은 한 여고생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퍼져 나갔고, 이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 시위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이어졌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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