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공작’ 삼성 전·현 임원들 유죄 확정

입력
2021.02.04 11: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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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강경훈 부사장 징역 1년4월 등 원심 유지
이상훈 전 의장만 '위법 수집 증거' 이유로 무죄

대법원이 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왼쪽 사진) 전 삼성전자이사회 의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오른쪽 사진은 원심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연합뉴스

대법원이 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왼쪽 사진) 전 삼성전자이사회 의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오른쪽 사진은 원심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일명 ‘그린화 전략’)에 가담한 삼성의 전ㆍ현직 고위 임원들의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이상훈 전 삼성전자이사회 의장은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는 원심 판단이 유지되면서 범행 공모도 입증할 수 없게 돼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징역 1년 4월형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의 최평석 전 전무와 박상범 전 대표도 징역 1년과 징역 1년 4월이 각각 확정됐다. 대법원은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와 송모 삼성전자 자문위원에 대해서도 원심의 징역 1년, 징역 10월 판결을 유지했다.

검찰 수사 결과, 삼성은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노조와해 공작을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노조설립 저지 △세(勢) 확산 방지 △고사화 △노조탈퇴 유도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그린화 전략’이 수립됐고, 계열사별 대응 태세 점검 회의, 무노조 경영철학의 ‘신념화’ 임직원 교육도 시행됐다.

특히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ㆍ개별면담 등을 통한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 이유로 한 임금삭감 △단체교섭 지연ㆍ불응 △채무 등 재산관계 및 임신 여부 사찰 △불법파견의 ‘적법도급 위장’ 등의 수단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이에 가담한 삼성 전ㆍ현직 임원 등 30여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1ㆍ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그러나 이상훈 전 의장만은 무죄가 확정됐다. 이 전 의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져 석방됐다. 검찰이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하드디스크들이 이 전 의장의 관여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였는데, 이는 ‘위법수집 증거’라는 게 2심의 결론이었다. 대법원도 이날 “이 사건 영장이 장소적 효력 범위를 위반해 집행됐을 뿐만 아니라, 영장 제시의무를 위반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 및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취득한 증거”라면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직접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삼성전자서비스도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인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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