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최후진술 19분 내내 울먹이며 "삼성, 도덕성 갖추겠다"

입력
2020.12.30 21:03
수정
2020.12.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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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 마지막 재판
"국민에게 진 빚 반드시 돌려드릴 것"
"아버지 능가하려면 더 큰 의미 담아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마지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마지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모든 것이 저의 불찰입니다. 앞으로 삼성을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가진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파기환송심 마지막 재판에서 밝힌 최후 진술의 일부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드린 약속은 모두 책임지고 이행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그에게 징역 9년형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18일 오후2시5분에 열린다.

이 부회장은 이날 19분 동안 최후 진술을 하는 내내 감정이 복받친 듯 울먹이며 말을 쉬이 잇지 못했다. 그는 "오늘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두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께서 쓰려지셨고,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가 있었다"며 "지금 같았으면 결단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를 내비쳤다.

국정농단 사건이 자신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회사와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국민도 실망했고, 솔직히 힘들었다”며 “모든 게 제 불찰, 잘못이다. 제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법원을 향해선 “재판부께서 삼성이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재용은 어떤 기업인이 돼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져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준법 경영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의 제안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세워진 것에 대해 이 부회장은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쉽지 않은 길이고, 불편할 수도 있고, 멀리 돌아가야 할 수 있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듭 말씀드리는데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다"며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부친과의 일화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회장님의 영결식에서 고등학교 친구분이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고 말씀하셨다”며 “제가 꿈꾸는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는 것)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저의 정신과 자세를 바꾸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진정한 초일류 기업은 지속가능한 기업이고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인 만큼, 이것이 이뤄질 때 진정한 승어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에게 큰 빚을 진 만큼, 꼭 되돌려 드리겠다”며 재벌의 폐해를 개혁하는 일에도 과감하게 나서겠다고 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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